대구 동구 효목동에 사는 남덕현 씨가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옛 사진 공모전에 응모했던 사진이다. 흔하다면 흔한 부친의 환갑사진이다. 1984년으로 추정한다. 갓을 쓴 이가 그의 부친이다.
아버지는 1920년대 태어났다. '바쁘게' 살아온 세대였다. 입에 발린 '바쁨'이 아니다. 가쁜 숨을 돌리고 나니 환갑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내 나라는 없었고 기운이 좀 생기자 강제 징용 대상이 됐다. 평화의 시대가 왔나 했더니 전쟁이 터졌고, 보릿고개 넘고 나니 이내 산업화의 길로 내몰렸다.
그래선지 한편으론 살아남은 것이 축하받을 만한 세대였다. 온 동네가 축제장이었던 것도 당연했다. 환갑상에 올라온 음식은 모두 동네 주민들과 나눠 먹을 접대용 음식이었다. 돼지머리가 이채롭다.
남 씨는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돼지머리가 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 잔치가 있으면 돼지를 잡았으니 환갑 주인공에게 용돈을 드리라는 목적으로 돼지머리를 올려놓은 것으로 짐작한다"고 했다.
지금이야 호텔 연회장을 빌려 칠순잔치를 하는 게 통과의례처럼 돼버렸지만 농촌에서는 집 마당에서 손님을 맞은 마을잔치였다. 1980년대, 먹을 게 귀했던 시절은 아니었다. 다만 한 사람의 생로병사를 마을공동체가 함께 길러냈고, 도왔고, 이겨냈다는 의식이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던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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