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살고 있는 배인덕 씨가 32년 만에 연 타임캡슐이다. 1987년 봄이다. 어린이날 즈음으로 추정된다. 경주에 있던 도투락월드(현재 경주월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던 모습을 배 씨의 아버지가 찍었다고 한다. 사진 왼쪽이 4살의 배 씨다.
옆에 앉은 이는 '모르는 누나'다. 사진으로 길이 남아 타임캡슐에서 함께 등장하는데 정작 누군지는 모른다. 이런 사진이 드물지 않게 튀어나오는 건 옛날이어서만은 아니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다 싶으면 함께 어울리게 내버려둔다. 부모의 심리다. 누구나 아는 그 말, '평화'다. 천년배필도 아닌데 굳이 따지지 않는다.
배 씨는 "놀이기구 안의 자리가 좁았다는 기억, 갑갑했다는 느낌 정도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러나 그 시절 놀이공원은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1년에 단 한 번, 혹은 두 번 허락되던 특별한 공간이었다.
1987년의 봄은 더더욱 그랬다.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몫이지만 그날의 기억은 오롯이 부모의 것이다. 어수선한 5월이었다. 사진에선 그 시대의 어수선함을 찾을 수 없다. 햇살은 아이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다 멈췄고 아이들의 설레는 표정은 영원할 것처럼 박제됐다. 배 씨는 그 기억을 좇아 사진 속 놀이기구 이름을 정확히 알고 싶어 했지만 이걸 운행하는 놀이공원이 없다. 단순해 보이는 놀이기구도 가끔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타임캡슐'은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진, 역사가 있는 사진 등 소재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연이,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좋습니다. 짧은 사진 소개와 함께 사진(파일), 연락처를 본지 특집기획부(dokja@imaeil.com)로 보내주시면 채택해 지면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소개는 언제쯤, 어디쯤에서, 누군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채택되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사진 원본은 돌려드립니다. 문의=특집기획부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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