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 '세상의 모든 것은 책 속에 존재한다.'를 비롯해 독서에 대한 명언은 무수히 많다. 이렇듯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과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오래 전, 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삶을 윤택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있었다. MBC! 느낌표'책을 읽읍시다.'이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은 이 느낌표에 선정된 기행 산문집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지만 현실에 발목 잡혀 끙끙거린 적이 있었다. 그 때 만난 책이 이 책이다.
저자 곽재구는 토착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진지한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는 작가다. 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한 '사평역에서'의 시집을 비롯해 '전장포 아리랑'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등과 동화집 '낙타풀의 사랑' '아기 참새 찌꾸' 산문집으로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등을 냈다. 그의 작품들이 교과서에 많이 실려 교과서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학기가 시작되고 만물이 소생하는 또 다른 시작점 3월.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따뜻한 세상,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세상, 서민들의 삶이 윤택했으면 하는 근원적인 바람을 안고 다시 길 위에 섰다.
길이 산을 만나면 고개가 되고, 물을 만나면 나루가 되고, 포구가 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포구가 많다. 포구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하고 아늑하다. 삶이 고달프거나 외롭고 힘들 때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을 찾고 어머니를 찾듯, 생존의 바다로 나갔던 배들도 포근하고 아늑한 포구에 고단함을 내려놓고 안식에 깃든다.
평온한 노동이 어디 있을까. 바다를 터전으로 하는 사람들의 삶은 거칠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비단 갯사람들만은 아니지만 망망대해에서 얼기설기 얽힌 그물에 생을 걸어야 하는 그들의 삶은 고단하면서도 희망차다.

"나는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멸치배의 그물 터는 풍경 속에 내가 지닌 가장 따분하고 어리석었던 시간들을 날려 보냈다."(p79)
" 몇 십 년 혹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어쩌면 우리들의 삶을 영속시키는 힘인지도 모른다. 보리피리를 불며 아이들은 돌아갈 그리움이 있다. 그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어떤 힘들고 추한 시간들과 부딪쳤을 때 스스로 그것들을 훌훌 털고 일어설 힘을 지니게."(p126)하는 것도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의 말 '섬에서 보낸 엽서'에 이어,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3장으로 이루어졌지만 삼면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분류한 것은 아니다. 1,2장은 지리적 공간을 이웃 지면으로 좁혀 삼면을 아우르고, 3장은 서· 남해뿐만 아니라 제주 대정읍의 사계포와 우도, 조천포구까지 그 영역을 넓힌다.
사진으로 바다를 본다. 적멸의 세계, 노을로 인해 활활 타오르는 불바다, 멸치를 터는 역동적인 삶, 달리아 꽃처럼 싱싱한 마을 불빛, 파도의 꽃 이파리, 땅바닥에 순풍순풍 꽃을 피운 동백이 독자들을 길 위에 서게 한다. 길 위에 선 모든 이들은 시인이 된다.
우남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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