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롱이(2·말티즈)가 양념치킨 뼈를 가득 먹은 채 내원했다. 엑스레이 검사에서 다롱이 위에는 부러진 닭 뼈가 가득했다. 신속하게 구토 유발 주사를 처방해 구토를 유도했으나 일부 뼈들은 이미 장으로 내려간 상황이었다. 더불어 양념 속 마늘 성분으로 인한 용혈과 혈색소뇨가 지속됐다.
불리(5·불독)는 호흡이 곤란한 상황에서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골프공을 삼켜 공이 흉부에 걸린 상황이었다. 흉부 식도를 막은 골프공은 입으로도 뱉지 못하고 위로 내려가지도 않았다. 내시경과 위 절개 수술을 통해 무사히 골프공을 제거할 수 있었다.
초콜릿, 자일리톨, 양파와 마늘이 포함된 음식, 포도, 상한 음식, 감기약, 자동차 부동액 등을 개가 먹으면 매우 심각한 중독 증상이 발생한다.
또 닭뼈, 플라스틱 장난감, 동전, 귀걸이, 복숭아 씨, 개껌 등을 먹고 장관이 막히거나 장이 천공되어 수술받는 경우도 있다.

개가 먹어선 안 되는 물건을 물고있는 경우, 보호자가 물건을 뺏으려하면 개는 급하게 삼켜버리는 습성이 있다. 이 경우 보호자는 뺏으려 하지 말고 개가 좋아하는 간식을 제공하는 등 개가 한 눈을 팔게 해 물건을 치울 것을 권한다.
이물을 삼킨 경우에는 보호자는 당황하지 말고 개의 상태를 관찰하여야 한다.
이물이 크다면 흉부에 위치한 식도에 이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개는 불편한 호흡을 보이며 이물을 뱉으려는 노력을 반복한다. 10분 내로 이물을 토해내지 못한다면 응급 상황으로 이해하고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작은 이물은 곧바로 위로 들어가지만 소장을 통과하면서 장폐색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개가 외관상 이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가정에서 구토를 유도해 이물을 토하도록 한다. 먹지 않아야 할 음식을 먹은 경우 역시 신속하게 구토를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다.

가정에서 개를 구토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과산화수소수(3%)를 먹이는 것이다.
과산화수소수 급여 용량은 kg당 1cc (체중 5kg당 1티스푼)이다. 주사기 또는 투약병을 이용하여 송곳니와 어금니 사이에 주입하면 쉽게 급여할 수 있다. 급여 후 10분 정도 걷거나 몸을 흔들어 주면 위 내에서 거품 포말이 잘 형성돼 구토가 빨라진다. 한 번 구토를 하더라도 음식물의 일부가 위 내에 남아있으므로 추가적으로 구토하지 않는다면 10분 뒤 동일량을 한번 더 급여하면 된다.
과산화수소수는 위·식도 점막을 자극하고 산소 포말이 발생하면서 비릿한 팽만감을 줘 구토를 유발시킨다. 하지만 투여량이 많을 경우 식도와 위점막의 손상이 우려되므로 응급처치 시에만 정해진 양을 급여하는 것이 좋다.

떡처럼 점성이 있는 음식이 기관지에 걸려 호흡 장애를 겪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호자가 흥분하여 입을 벌리고 손가락으로 이물을 제거하려다 보면 사람이 다치거나 개를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보호자는 30초 정도 냉정하게 개를 관찰하고 확연히 숨을 쉬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되면 사람의 '기도 내 이물 제거를 위한 응급처치 요령'처럼 3-4회 차례 가슴을 강하게 압박하여 기관지 내 이물이 토출되도록 시도한다. 하지만 소형견 일수록 기도 내 이물 토출은 어려우므로 최대한 신속히 동물응급센터로 이동하여 응급시술을 받아야 한다.
이물과 중독성 음식물을 먹고 난 후 구토를 시키더라도 위험요소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가정에서의 응급처치 후 신속히 동물병원에 가서 이물의 잔존 여부와 후유증에 대하여 수의사의 상담과 처방을 따르시기 당부드린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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