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토성마을 골목정원 1호집 서경숙·김동석 씨 부부

"우리 골목에 온갖 꽃들이 철마다 피어나기를 바란다. "

달성토성마을(대구시 서구 비산2·3동) 골목정원 1호집 서경숙 씨와 김동석 씨 부부는 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집 앞 골목에 화분을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골목 한쪽에서 2,3평 규모의 정원을 가꾼다. 간이 비닐하우스 모양의 꽃 정원이다. 아직은 추위가 남아 사방을 투명한 비닐로 둘렀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4면의 비닐을 모두 걷을 예정이라고 했다.

서경숙 씨는 화초 가꾸기가 취미다. 골목 한쪽에 자리 잡은 그녀의 꽃 정원은 이 골목에서 '마당' 역할을 한다. 이 골목 사람들은 그녀의 화초 가꾸기 실력을 잘 안다. 그래서 화초가 비실비실하면 그녀에게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다. 또 어디서 보기 드문 화초를 구해오면 실력 좋은 서경숙씨의 정원에 번식을 맡겨 이웃들에게 나누기도 한다.

서경숙 씨가 거의 매일 골목 정원에 나와 있으니, 골목 주민들은 언제라도 나와서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 동네 이야기, 화초 이야기를 나눈다. 기자가 토성마을 골목에 갔을 때, 그녀는 동네 주민이 뜯어온 쑥을 다듬는 중이었다.

달성토성마을 골목정원 1호 서경숙 씨가 집 앞 골목 한 귀퉁이 마련된 자신의 정원에서 이웃 사람이 뜯어온 쑥을 다듬고 있다. 그녀의 꽃정원에는 여러 가지 화초는 물론이고 동네 이야기가 가득하다.
달성토성마을 골목정원 1호 서경숙 씨가 집 앞 골목 한 귀퉁이 마련된 자신의 정원에서 이웃 사람이 뜯어온 쑥을 다듬고 있다. 그녀의 꽃정원에는 여러 가지 화초는 물론이고 동네 이야기가 가득하다.

남편 김동석 씨는 "휴일에는 아내의 비닐하우스 정원을 수리하고, 주변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했다.

서경숙 씨와 김동석 씨 부부는 애지중지 기른 화초를 마을의 이웃들과 나눌 뿐만 아니라 예쁜 꽃동네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준다. 화초를 키우고, 새 화초를 구입하는 데 비용이 들지만 돈을 받고 팔지는 않는다.

"원가라도 받고 팔지 그래요?"

부부의 생각은 분명했다.

"돈 받고 팔기 시작하면 좋아서 하는 일이 노동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아기자기한 맛이 없어지고, 잘 팔리는 화초들만 갖다 놓게 된다. 우리는 온갖 꽃을 다 가꾸고 싶다. 우리 골목에 온갖 꽃들이 철마다 피어나기를 바란다. 그러니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화초만 키우는 건 말이 안 된다. 게다가 돈 받고 팔자면 꽃집에서처럼 길러야 한다. 그렇게 화초를 기르고 싶지도 않고, 우리 골목 정원을 '장터'로 만들고 싶지도 않다."

"그럼, 가격을 정하지 말고, 사가는 사람 마음대로 내도록 하시지요?"

"어떤 사람은 5천원 내놓고, 어떤 사람은 1천원 내놓으면 내 마음이 어떻겠나? 주민 한 사람이 돈을 받고 꽃을 팔면 다른 주민들은 어떻게 되겠나? 그 덫에 걸리면 우리 골목은 다시 옛날 모습으로 돌아간다." 남편 김동석 씨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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