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을 앓던 5살 환자 김재윤 군이 골수검사를 받던 중 사망한 사건(매일신문 2018년 8월 14일 자 6면)과 관련, 당시 의료진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fentanyl)을 과다 투여한 뒤 모니터링을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50~100배 강한 마약성 진통제로,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마취제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담당 레지던트와 인턴 등 의료진을 업무상과실치사(주의의무소홀) 혐의로 기소의견을 붙여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약물 투여를 지시한 담당 교수의 과실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영남대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펜타닐 투여 흔적을 발견했다. 이전까지 담당 의료진은 펜타닐 투여 여부를 감춰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이 한국의료분쟁중재원(이하 중재원)에 재의뢰를 신청했고, 지난해 12월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재의뢰 내용은 ▷사용 약물 적정량 ▷케타민, 미다졸람과 펜타닐을 같이 투여할 때 일어나는 반응과 부작용 ▷산소포화도 급하락에 따른 의료진의 대처 적절성 등이었다.
이에 중재원은 "체중 21㎏ 정도의 환자에게 10분 동안 케타민 10㎎과 미다졸람 4㎎ 투여 후 펜타닐 75mcg(㎍ ; 마이크로그램)을 추가로 투여할 경우 호흡 억제나 저혈압 발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통 체중 1㎏당 1~2mcg 정도로 투여하는 펜타닐을 재윤이에게는 적정량의 2배 가까이 투여한 셈이다.
중재원은 이후 의료진의 적절한 대처 여부에 대해서도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무호흡 발생 시 90%까지는 천천히 떨어진다"며 "75%로 떨어질 때까지 의료진이 몰랐다면 모니터링(감시)이 적절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윤이는 2017년 11월 29일 골수검사를 위한 진정치료 도중 산소포화도 저하, 청색증 등을 겪으며 사망했다. 당시 고열로 병원에 입원하자 백혈병 재발을 의심한 의료진이 골수검사를 강행한 것이다.
재윤이 어머니 허희정(40) 씨는 "3년 동안 6차례 이어진 골수검사 중 의료진이 펜타닐을 투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처음으로 펜타닐을 투여한 날 재윤이는 싸늘한 주검이 됐다"며 "당시 38.5℃가 넘을 만큼 고열이 심했던 아이에게 별도의 장비도 없는 간호사실에서 무리하게 약물을 투입하고 골수채취를 강행하다 사망 사고가 일어난 만큼 약물 투여량을 직접 지시한 담당 교수도 기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남대병원 측은 "치료 과정 중에 발생한 불행한 결과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유족을 위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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