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4·3 보궐선거를 계기로 자신감을 되찾은 듯하다.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전반적으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데다, 이번 보선에서 호성적을 거둬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그러나, 한국당의 자체 능력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기에는 시기상조다.
한국당이 경남에서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는지 몰라도, 여전히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청장년층은 한국당을 '부패집단' 내지 '기득권 정당'으로 인식한다. 정부·여당이 죽 쑤고 있다고 해도, 이런 인식을 없애지 못하면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 선거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한국당이 약간의 성공에 기고만장할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한국당의 인적 구성과 시스템은 2년여 전 탄핵 정국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인적청산은 흐지부지됐고 친박계가 다시 살아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권력에 붙어 호의호식하던 이들이 때를 만난 듯 황교안 대표 주위에 몰려들어 '용비어천가'를 불러대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구경북에도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유권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중앙 실세에 줄을 대려고 난리를 친다고 한다. 예전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한국당이 진정 대구경북을 근거지로 여긴다면 '공천의 모범지역'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력하지도 않고 전 정권과 연관 있는 국회의원은 바꾸고, 보수 진영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새 인물을 대거 영입해야 한다.
한국당이 대구경북에서 또다시 '자기 사람 심기'나 '낙하산 공천' 같은 구태를 자행한다면 영원히 재기 불능임을 알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근거지를 근거지답게 만드는 것은 완벽한 물갈이뿐이다. 일시적인 성과에 취해 과거로 돌아가려 하지 말고, 개혁에 적극 나서는 것만이 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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