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과거'를 품은 장수 브랜드들이 최근 새로운 색깔을 더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리트로'(Retro)를 합친 신조어 '뉴트로'로 설명되는 이 같은 트렌드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모두에게 먹혀드는 모습이다. 젊은 세대에겐 옛 것을 새롭게 풀이함으로써 흥미를 주고, 기성세대에겐 옛 감성을 그리는 심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농심 '해피라면', 고래밥 친구 '상어밥'

뉴트로 열풍이 가장 강력하게 휘몰아치는 곳은 식품업계다. 뉴트로 제품 출시는 라면·제과·제빵 등 식품업계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단종됐던 제품을 다시 내놓는 것을 넘어서 포장은 과거 모습을 최대한 살려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맛은 현대적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제과는 최근 20여 년만에 분홍색 패키지의 '꼬깔콘 달콤한 맛'을 재출시했다. 제품 디자인은 옛날 그대로 살렸지만, 단맛은 최신 트렌드에 맞춰 캐러멜 팝콘과 같은 부드럽고 진한 맛으로 고쳤다. 롯데푸드도 2011년 단종됐던 막대아이스크림 '별난바'를 지난달 재출시했다. 막대 속 사탕을 톡톡 터지는 탄산캔디로 바꾼 것이 달라진 점이다.

농심은 지난 2월 1990년대 단종됐던 '해피라면'을 재출시했다. 1982년 '해피소고기라면'이란 이름으로 출시돼 농심의 주력 상품이었던 이 제품은 1986년 신라면의 등장으로 점차 판매가 줄며 생산이 중단됐다. 해피라면은 재출시 후 한 달도 안 돼 800만개가 팔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SPC 삼립은 지난 2월, 1980년대 출시 후 단종시킨 '우카빵' '떡방아빵'을 다시 출시했다. 패키지는 과거 그대로 재현했고, 속에는 커스터드 크림으로 채우던 과거와 달리 찹쌀떡을 넣어 새롭게 바꿨다.
이 밖에도 올 초 농심은 스테디셀러 과자 '인디안밥'을 고친 형태의 신제품 '에스키모밥'을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오리온이 '고래밥'과 비슷한 제품인 '상어밥'을 내놓기도 했다. 고래 대신 상어로 과자의 형태를 바꾼 뉴트로 제품의 하나다.
식품업계에서는 유·아동 인구 비중이 높았던 40~50년 전 제품들이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 연령대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고 본다. 기성세대에겐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제품들을 다시 고르게 할 수 있고,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살짝 고친 내용물을 통해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맛으로 내용물을 업그레이드하고, 패키지는 옛 것을 살려 추억을 살리는 장치로 사용한다. 앞으로도 뉴트로 감성을 겨냥한 제품이 계속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복고풍 운동화, 후드 달린 상의 '아노락'도 잘 팔려

의류 및 패션업계에서도 뉴트로 트렌드가 뚜렷하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지난해 6월 뉴트로 감성을 살린 '어글리 슈즈' 디스럽터 2를 출시했다. 1998년 탄생한 크로스 트레이닝용 제품 디스럽터를 복각해 출시한 제품이다. 최근 추세와 비교해 다소 투박한 디자인의 이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100만 켤레가 팔렸고 세계 시장에서는 1천만 켤레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가 0.2% 역성장했지만 휠라는 뉴트로 열풍과 함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휠라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3% 증가한 3천573억원, 매출은 17% 증가한 2조9천614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도 뉴트로 열풍에 합류했다. 나이키는 지난해 9월 '에어맥스 97' 상품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한 신발을 내놨다. 옛 에어맥스 97 디자인에 켤레당 5만5천개가 넘는 작은 크리스털 장식을 더한 이 신발은 45만원이란 고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한 백화점에서 하루만에 50족 판매가 완료됐다.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아노락' 스타일도 올 봄 주목할 만한 뉴트로 트렌드다. 이누이트족의 모자 달린 헐렁한 모피 재킷을 일컫는 '아노락'은 후드가 달린 상의라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엘레쎄'의 화려한 색상을 강조한 아노락 재킷은 최근 초도물량 1천장이 출시 초기에 완판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복고풍의 아노락에 최근 트렌드에 맞는 배색 등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아웃도어와 스포츠 업계는 물론 유니클로, 자라 등 SPA브랜드에서도 올 봄 아노락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한편 뉴트로 열풍이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시장 확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 입장에서 보자면 제품 개발비나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안정적 수익이 가능하단 점에서 뉴트로 열풍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존 인기 제품의 재해석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없는 탓에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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