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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인생 2막] 드럼 매력에 푹 빠져 사는 채원철 씨

북을 두드리고 심벌즈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는 채원철 씨. 최재수 기자
북을 두드리고 심벌즈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는 채원철 씨. 최재수 기자

"쿵짝 쿵짝 두구두구두구 둥 챙~."

채원철(67) 씨는 요즘 드럼 매력에 푹 빠져 산다. 하루가 멀다하고 문화센터를 찾아 스틱을 잡고 북을 두드리고 심벌즈를 친다. "연주는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 감춰진 매력이 한 움큼"이라고 했다.

2014년 고등학교 교장직에서 은퇴하기까지 채 씨는 일밖에 몰랐다. 특별한 취미도 없었다. 일요일날 가끔 낚시하러 가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정년 퇴직하면서 '뭘 할까?' 고민 끝에 세 가지를 계획했다. 정적·동적인 것 각각 한 가지, 그리고 감성적인 취미 하나. "정적인 것은 서예, 동적인 것은 탁구로 정했고, 감성적인 취미는 악기 하나쯤 다루고 싶었는데, 그게 '드럼'이었다"며 "교장 직무 연수 때 잠깐 스틱을 잡아봤는데, 북소리가 그렇게 신났다"고 회고했다

하고 싶었던 취미 세 가지를 모두 실천하고 있는 채 씨는 요즘 바쁘다. 서실에서 붓글씨를 배운 채 씨는 재능이 있었던지 각종 서예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해 여러 번 입선·특선에 입상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탁구도 이제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 할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

문제는 드럼. 악기에 문외한이었던 채 씨에게 드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구타악예술문화센터로 일주일에 네댓 번 찾아 하루 2시간씩 훈련을 했다. 아직 실력은 변변찮다. 그러나 스틱을 잡고 혼신을 다해 북을 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왜 응원할 때 북소리로 사기를 돋우잖아요. 드럼을 한 후 그 이유를 알았어요. 저 역시 북을 치면 그냥 즐겁고 신나요. 에너지도 느껴지고요. 스트레스는 저 멀리 날아갑니다."

처음엔 연습용 드럼패드를 기본적인 박자를 익힌 후 본격적으로 심벌과 드럼을 연주했다. 다음으로 발을 움직였다. 기본 박자를 왼발을 끄덕이며 맞춰주고, 오른발로는 베이스드럼을 쳤다. 베이스드럼은 발 아래 달려 있는 페달을 밟으면 페달에 붙어 있는 솜방망이가 큰 통을 치면서 '둥둥' 소리가 났다. 채 씨는 "처음에는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하다보니 양 손과 양 발을 제각기 움직여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양손으로 드럼을 치면, 오른발로 베이스드럼을 함께 밟는 것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점점 속도를 빠르게 하고 채를 세게 내려치니 박력이 느껴졌다"고 했다.

채 씨는 드럼을 치면 좋은 게 너무 많다고 했다. "양손과 양 다리 모두를 움직이니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운동효과 대단해 1시간 정도 연주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지면서 더 신난다"고 했다.

채 씨는 또 드럼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리듬과 박자를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채 씨는 드럼은 혼자 하는 악기가 아니라 다른 악기와 여러 사람과 함께 연주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채 씨는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 후 차를 운전하면서 버릇이 하나 생겼다고 했다. "음악이 들리면 나도 모르게 발이 왔다 갔다 하고, 손으로 핸들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대구타악예술문화센터 권세홍 대표는 "채 씨는 정말 즐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북을 두드린다"면서 "드럼을 한 후 얼굴 표정도 밝아졌다"고 했다.

채 씨의 계획은 밴드를 구성하는 것이다. "아직 남 앞에 나서는 것은 쑥쓰럽지만 열심히 연습해 기타와 관악기 등으로 밴드를 구성해 봉사활동을 할 겁니다. 재능기부, 생각만 해도 행복해집니다. 꼭 그렇게 할 겁니다."

채 씨는 드럼을 치러 올때 청바지 차림으로 온다. "양복을 벗어 던지니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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