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은)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번 해 볼 용의가 있다"면서도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 해결 방법으로 미국이 견지하는 '빅 딜'은 수용하지 않겠으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중 선택하라는 소리다.
이는 김정은에게 문재인 정부의 효용 가치가 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그동안 김정은은 그동안 자신의 주장에 일부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온 문재인 정부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갈 지렛대로 여겨왔으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런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스몰 딜'(부분 비핵화)과 대북제재 완화 모두 거부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분명했다. 북한에만 좋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를 보고 문 정부가 아무리 애를 써도 비핵화하는 척만 하는 것은 통하지 않으며 대북제재 완화도 마찬가지일 것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게 북한과 미국 중 선택하라는 통고(通告)의 배경이다.
이는 역설적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론'에 대한 용도폐기 선고이다. 남한은 북핵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다. 그래서 북한과 미국을 중재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난센스였다. 중재할 게 아니라 당사자로서 북핵의 완전 폐기를 미국보다 더 강력하고 일관되게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문 대통령은 중재자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정은의 말대로 미국이냐 북한이냐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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