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년 3월이면 고등학교 신입생들을 새로 맞이한다. 그런데 한 달 정도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저 학생들이 정말 중 2 과정을 거쳐 온 학생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복장이 단정하고, 행동거지도 바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1, 2년 사이에 학생들이 의젓하게 자란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기까지 하다.
사실 모든 학생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이 자라오면서 행동 장애가 있거나 부적응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중학교 선생님들께서 온종일 학생들과 씨름을 해보지만 연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개최되고 있는 실정이다.
생각을 잠시 바꿔보자. 그러면 아이들이 거친 행동을 하거나 부적응 행동을 한다고 우리 사회가 그 학생들을 포기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이런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학교, 가정, 사회가 철없는 아이들을 함께 보듬으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사춘기는 생각이 봄처럼 피어나는 시기이므로 오히려 그들의 왕성한 사고 활동을 인정하고 조장하는 교육적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이다.
그들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들처럼 조리 있게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이 미약할 뿐이다. 생각보다는 손발이 앞서나가는 시기이다. '때가 그럴 때'라고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이해가 안 될 법도 없다. 어른들이 여유를 가지고 연약한 화초를 들여다보듯이 잘 가꾸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투박한 그 꽃도 예쁘게 보이는 법이다.
앞으로는 중 2병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따뜻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자. 그러면 거친 행동, 폭언을 일삼던 아이들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준다면 그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두엽이 성장할 것이고, 차츰 철이 들 것이다. 이맘때쯤 고등학교에 와서 신입생들을 살펴보면 그 증거를 확실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발달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평소에 중학교 선생님들께 정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요즘은 학생들의 발달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예전에 중학교 2학년생이 보이던 부적응 행동을 초등학교 5, 6학년생들이 겪는다고 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고학년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럴수록 한 발짝 더 물러서서 학생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고 2라고 해서 성장통이 없겠는가! 자라면서 발달 시기에 따라 겪는 아픔이 다를 뿐이다. 그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어른들이 잘 이해하고 그들의 성장통을 감싸주려고 다 같이 노력하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 학부모님과 시민들께서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선생님들의 노고를 함께 격려해주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관심을 기울여 주신다면 지금은 철없이 부적응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라고 하더라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분하고 멋진 신사, 숙녀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필자는 매일 이런 성숙하고 예쁜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아침마다 학교에 출근하는 일이 즐겁다.
김차진 대구 수성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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