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4대 주정차 금지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운전에서 룰과 상식이 밥이라면 여유 있는 운전 자세는 반찬과 같다. 면허증을 받고 운전대를 쥐면 누구나 교통 규칙을 숙지하고 그대로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도로교통법으로 일일이 규정하기 힘든 부분은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해 해결하면 된다. 여기에다 여유로운 자세와 양보 운전이 더해지면 거의 탈이 없다.

우연히 캐나다에서 53피트 대형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한국인 유튜브 영상을 접했다. 매일 에피소드가 바뀌는데 건너뛰지 않고 보는 편이다. 채소나 아이스크림, 가구 등을 싣고 미국·캐나다 국경을 넘어 대륙을 횡단하면서 이민·취업 정보와 북미 운송업 실태, 교통 규칙, 운전 문화 등을 로드 무비 형식으로 소개하는 브이로그(Vlog)다.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북미지역 대형트럭은 과로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법정 운전 허용 시간을 체크하는 전자로그가 필수다. 로그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소속 운송회사에 전송돼 위·변조가 어렵다. 트럭뿐 아니라 일반 캐나다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과 철저한 교통 규칙 준수는 낮은 교통사고율과 '운전 스트레스'가 낮은 사회를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행정안전부가 17일부터 '4대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소화전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내 주정차 금지가 내용이다. 만약 이 금지 구역에 1분 이상 차를 세우다 적발되면 2장의 사진을 첨부해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하면 된다. 현장 단속 없이 4만원의 과태료를 자동으로 물리는 주민신고제다.

현재 블랙박스 등을 이용한 교통 공익신고제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넘치는 불법 주정차나 난폭·얌체 운전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교통 선진국은 대부분 주민신고가 활발한 나라들이다. 독일·스위스 등은 공회전을 오래 해도 바로 신고가 들어간다. 교통 규칙을 위반해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대충 넘어가다보니 '교통문화 후진국' 오명은 그대로다. 게다가 회전교차로나 비보호 좌회전 통행 방법조차 모르는 '물면허' 운전자가 태반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부러움보다 '운전 잘하는 한국인' 소리 듣는 게 더 큰 자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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