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경찰의 두 얼굴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1993년 개봉한 영화 '투캅스'는 경찰관 두 명이 주인공이다. 부패한 조 형사(안성기 분)와 강직한 강 형사(박중훈 분) 두 사람이 좌충우돌하다 범죄 소탕에 성공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10만 명이 넘는 경찰 가운데 강 형사와 같은 이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같은 콩나물시루에서도 누워서 크는 콩나물이 있듯이 조 형사와 같은 이들도 없지 않다. 경찰의 버닝썬 유착 의혹을 두고 정의당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곰팡이"라고 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진주 묻지마 살인사건'과 관련, 경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욕을 하고 오물을 뿌리는 피의자를 주민들이 5차례나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서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4건은 아예 사건 처리를 하지 않았고 오물 투척 난동에 대해서만 입건해 사건 처리가 진행 중이었다. "누구 한 명 죽어 나가야 경찰이 움직이겠다"는 말까지 사건 발생 전에 나돌았다고 한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유족들의 울분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유족은 "만약에 우리가 임대아파트가 아니었고 부자 동네였으면 그런 일이 일어났겠어요?"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신을 흉내 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풍자한 대자보를 전국 대학가에 붙인 대학생 모임 '전대협'에 대한 경찰의 과잉 수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단순한 패러디를 두고 '민간인 사찰'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수사를 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과 함께 막무가내식 수사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경찰관 두 명은 대자보를 운반한 사람의 집을 찾아가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무단 가택 침입 논란까지 빚으며 수사를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인권을 뭉개는 행위다.

꼭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경찰이어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경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영화 '투캅스'에서 강 형사가 한 대사를 모든 경찰이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경찰이 경찰다워야지."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대구·광주 지역에서는 군 공항 이전 사업을 국가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광주 군민간공항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의 4지구 재건축 시공사가 동신건설로 확정되면서 9년여 만에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합은 17일 대의원회를 통해 ...
방송인 박나래의 전 남자친구 A씨가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경찰에 제출한 혐의로 고발되었으며, 경찰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경...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