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이 2016년 3월 대구 북구에서 안동·예천 신도시로 이사한 지 만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1천 500여 명에 달하는 도청 공무원들의 희로애락이 '천일야화'처럼 꽃피고 있고 기러기 공무원들의 '주중 나기 백태'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신도시 적응기 백태
도청 공무원들이 안동으로 이사한 후 가장 큰 장점으로 '맑은 공기'를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달리 보면 그 외 꼽을 장점이 없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신도시에는 손에 든 스마트폰이 영화관이고, 유명한 생활잡화점이 '백화점' 역할을 한다. 1천만 명이 넘는 관객이 봤다는 최신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본 도청 직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밤에 술집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려 해도 옆 테이블마다 아는 직원이 있으니 속마음 털어놓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달라진 풍토는 적잖다.
먼저 동아리 활동을 하는 직원이 대구 북구 산격동 시절보다 훨씬 늘었다. 과거 30여 개였던 동아리 수는 현재 50개를 훌쩍 넘고 있다.
청사가 대구에 있던 시절엔 대구나 경산 등 근교의 가족과 사돈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새로 결혼하는 직원 상당수는 안동, 예천 등 경북 북부권과 사돈을 맺는 등 결혼 트렌드가 바뀌었다.
◆근무 관련해 불협화음도…
경북도청은 최근 초과근무 수당 소명을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른 새벽 초과근무 수당을 신청하거나 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한 뒤 부당하게 수당을 신청하는 사례가 잦다는 이유로 도가 수당을 신청한 공무원들에게 사유를 밝히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항상 북적이던 낮 시간대 청사 내 카페에서는 동료 직원과 대화하며 소통하거나 민원인을 만나는 여유마저 사라졌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
한 공무원은 "최근 복무 단속을 두고 도의 방침은 공감한다"면서도 "부서에 따라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곳도 있는데 이에 대한 배려도 함께 고민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속에 긴 밤을 회식으로 지새우던 도청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남아 초과근무를 하면서 밀린 업무를 하던 습관이 남긴 부작용이라는 변명(?)도 곁들여진다.
특히 도청 이전 후 3년간 지급되던 이주지원금(매월 30만원)도 기간 만료로 끊기면서 초과근무 수당은 도청 공무원들에게 더 절실한 대상이 됐다는 뒷말도 들린다.
피치 못할 금요일 출장길도 가시방석이다. 도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간부 공무원의 금요일 출장에 대해 "부하 직원 시선에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일부 도청 직원은 신도시 이전으로 큰 손해를 봤다며 불만을 내뱉는다. 도청 이전 후 대구 부동산은 호황 중에 1억~2억원이 훌쩍 오른 사이 신도시 아파트는 분양가를 지키기도 역부족인 탓이다.
한 간부 공무원은 "도정 취지에 맞게 신도시에 가족이 함께 이주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여러 날까지 새우며 일하는 데 결과는 득보다 실이 크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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