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면서도 강하게 느껴지는 글이다.
편안하고 쉽게 읽히고 정확하면서 세심하고, 많은 지식이 녹아 있는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신문에 연재되었던 북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저자 장영희는 서강대 영문과 교수였으며 수필가, 번역가, 칼럼니스트였고 중∙고교 영어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문학 교수로서 작품을 비평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독자로서 그 작품이 어떻게 마음에 와 닿았는지,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 그 작품들로 인해 삶이 얼마나 풍요롭게 되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두꺼운 문학 이론서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 말은, 문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문학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한 어떤 학생의 말이었다.
문학의 목적이 결국 사랑이라고 강조하며 이 책은 희망, 용기, 사랑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한다.
만약 문학작품과 문학 이론, 작가의 프로필과 의도 등만 설명했더라면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펄 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라는 문학작품을 소개하며 펄 벅이 국적이 다른 아홉 명의 고아들을 입양했으며 펄 벅의 친딸은 중증의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펄 벅이 가장 어렵게 쓴 책이 '자라지 않는 아이'였으며 최고의 명예를 누리는 작가로서가 아니라 장애 자녀를 낳아 길러 본 어머니로서의 체험을 마음으로 토로한 책이라고 했다. 신체장애가 있는 저자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펄 벅의 작품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풀어 놓는다. 위대한 이름이 어머니라며, 장애아 자식을 가진 모든 어머니들의 외로운 투쟁에 대해 사랑과 갈채를 보낸다고 써 놓았다.
61꼭지의 글이 실렸으니 이 책에서 언급하는 문학작품도 60편이 넘는다.
분명 '고전'을 소개하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감동을 느끼게 되고 어렵지 않게 그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마치 저자와 문학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자유자재로 작품을 인용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지식이 쌓여 있고 작품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두 다리가 불편해 겪어야 했던 이야기, 아버지 장왕록 박사에 대한 이야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제자들의 이야기 등 수많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문학작품을 연결해 설명을 해줘 감동과 함께 읽는 즐거움을 준다. 애석하게도 나중에 쓰려고 아껴 두었다는 '데미안' '파우스트' '햄릿'은 결국 쓰지 못하고 운명했다. 세 차례의 암 투병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문학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일어날 것이라 썼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살아있는 순간까지 가졌던 저자의 삶에 대한 용기와 사랑을 진정 문학의 힘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위대한 작품을 남겨준 작가들의 재능이 너무 고맙다고 했는데 그런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게 해주는 이 책도 참 감사하다.
신복순 책 읽는 사람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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