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228번과 518번 버스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지난달 26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광주광역시를 찾았다. 이달 18일부터 광주 시내를 누빌 228번 버스 명명식과 시승 행사 때문이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권 시장과 나란히 버스에 올라 228번 시내버스 장정에 큰 기대를 표시했다. 달구벌과 빛고을의 상생 협력의 결실 중 하나인 '달빛 버스'의 시작이다.

228번은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숫자다. 그런 228번이 광주 5·18민주화운동 주요 사적지를 오가는 시내버스 번호로 채택된 것이다. 기존 151번에서 새 이름을 얻은 228번 버스는 북구 동림동을 기점으로 무등야구장과 옛 전남도청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남대병원, 동구 학동시장, 지하철 1호선 소태역을 지나 화순군까지 연결된다.

대구는 518번 버스를 품에 안았다. 5·18민주화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함이다. 간선 518번 버스는 삼익THK 성서2공장 앞을 출발해 도시철도 1호선 안심역까지 운행되는데 계명대 성서캠퍼스와 서부정류장, 반월당 등을 거쳐 2·28기념중앙공원 앞을 경유한다. 5·18과 2·28이 극적으로 만나는 동행길인 셈이다.

대구경북에서 5·18의 위상과 달리 광주전남에서 2·28은 꽤 낯설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음에도 2·28을 잘 아는 호남인은 그리 많지 않다. 228번 버스가 광주 시내를 오가게 되면서 학생들이 중심이 된 '대구 민주운동'임을 알게 됐다는 반응도 많다.

그제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와 대구, 두 도시 이야기를 꺼냈다. "두 도시가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과를 낸 '달빛동맹' 협력사업과 최근 5·18 망언 등 정치권의 반목과 대립을 대비시킨 것이다.

2·28과 5·18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시민사회의 몸부림이었다. 당연히 광주와 대구 시민이 느끼는 동병상련과 두터운 공감대는 정치권의 낮은 역사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비록 지금은 우리 현대사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못했지만 '518' '228' 버스처럼 징검다리 돌이 하나씩 놓인다면 회복의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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