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눔과 베풂을 배운다', 봉사활동과 성금 모금 등으로 함께하는 삶 교육

'가르치며 더 배운다'...경상여고, 초교생 가르치는 교육 봉사
새본리중과 파동초교도 이웃 위한 나눔 활동 전개

요즘 학생들은 바쁘다. 교문을 나선 뒤에도 집 대신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휴일은 쉬는 날이 아니다. 학교에만 가지 않는 날일 뿐이다.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고교생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보다 어린 중학생, 초등학생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남을 돌아보긴 쉽지 않다. 부모들은 대개 자녀가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성적 얘기만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달라진다. 점수, 등수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앞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이웃을 돌아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학생과 학교가 있어서다.

경상여고 학생들로 구성된
경상여고 학생들로 구성된 '꿈나눔 교육봉사단'이 수년째 침산초교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활동에 함께한 경상여고, 침산초교 학생들 모습. 경상여고 제공

◆경상여고의 '동생들과 함께 영그는 꿈'

경상여자고등학교의 '꿈나눔 교육봉사단' 학생들은 5년째 학교 인근 침산초교 아이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5~10월 매주 일요일(시험 기간과 방학 기간 제외) 세 시간가량 짬을 내 이웃 학교 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다.

꿈나눔 교육봉사단은 성적이 우수한 1~3학년 46명으로 구성된 모임. 이들 여고생은 '경상여고 학생들이 캘리호를 타고 시 세계로 풍덩!'(국어), '만들면서 배우는 입체도형'(수학), '영어로 플래시카드 만들기'(영어)뿐 아니라 체육, 미술, 과학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친다. 경상여고 교사들도 특강 형태로 이 활동을 함께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침산초교 학생은 매년 10여명 내외다. 일요일이면 경상여고를 찾아 누나, 언니들과 책을 읽고 함께 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편한 분위기에서 언니와 공부하면서 모르는 걸 마음껏 물어볼 수 있어 좋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상여고 학생들은 아직 어린 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한 번씩 작은 파티도 열어준다.

최은영 경상여고 교감은 "학생들이 잘할 수 있는 공부로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그램"이라며 "우리 학교에서 공부에 필요한 참고서, 간식비도 제공하고 있다.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했다.

경상여고 2학년 구나현 양은 "내 공부에 방해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된다"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수학 문제를 설명하려면 학습 지도 계획을 미리 세우는 등 준비할 게 적잖다. 그래서 내 학습 상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같은 활동 덕분에 '귀한 인연'도 생겼다. 4년 전 침산초교에 다니며 경상여고를 찾아 공부했던 설민지 양이 올해 경상여고에 입학한 것이다. 민지 양은 교육봉사단의 일원이 돼 모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얻은 것을 다시 나눠주고 있는 셈이다.

이철우 경상여고 교장은 "지식을 나누는 활동을 잘 해내는 걸 보니 기특하다. 두 학교 학생들이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통해 더욱 성장해나갈 것"이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 교육이 상생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새본리중 문화사랑나눔반 학생들은 학교 인근
새본리중 문화사랑나눔반 학생들은 학교 인근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정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눔반 학생들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전할 유리 화분을 만들고 있다. 새본리중 제공

◆새본리중의 '지역 어르신께 전하는 정'

새본리중학교(교장 류정하) 문화사랑나눔반 학생들은 모두 33명. 박순천 교사 등 3명이 이 모임을 3개로 나눠 챙긴다. 나눔반 학생들과 교사들은 지난 15일 '사제동행 사랑 나눔 봉사활동'에 나섰다. 학교 인근의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진홍)'을 찾았다.

지역사회와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나누자는 생각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나눔반 학생들은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바나나 크로톤 등 공기정화식물을 유리 화분에 심었다. 아이들이 만든 화분 33개는 노인종합복지관을 거쳐 지역 어르신들에게 전달됐다.

이 활동에 참여한 2학년 김병윤 군은 "공들여 만든 유리 화분을 반갑게 받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학생들은 복지관 참여복지팀 이상호 과장의 특강도 들었다. 강의 주제는 '새본리중학교와 함께하는 자원봉사 기초교육'. 자원봉사의 의미를 되새길 기회이기도 했다. 이후 학생들은 3개 팀으로 나눠 선풍기, 유리창, 바닥 등 복지관 곳곳을 청소했다.

아이들은 다음 달 5일에도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그때는 유리 화분 대신 직접 만든 양갱을 들고 온다. 10월에는 마스크를 제작해 어르신들을 만날 계획도 있다.

나눔반을 인솔한 박순천 새본리중 교사는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봉사활동 영역을 넓혀 나갈 것"이라며 "세대 간의 틈을 좁히는 동시에 지역 사회, 이웃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파동초등학교는 4~6학년 전교생이 모인
파동초등학교는 4~6학년 전교생이 모인 '파동 다모임'을 통해 자치 활동을 벌인다. 파동 다모임은 최근 강원도 산불 피해 이재민을 돕기로 결정해 캠페인을 진행하고, 성금도 모았다. 파동초교 제공

◆파동초의 '아픔은 나눌 때 덜어지는 짐'

파동초등학교(교장 천미향)의 학생 자치 활동은 특이하다. 학급 간부들이 모인 학생회 위주가 아니다. 4~6학년 전교생이 모인 '파동 다모임'이 중심이다. 이들 학생을 모두 더하면 134명. 한 달에 한 번 강당에서 방석 깔고 앉아 스스로 정한 주제로 머리를 맞댄다. 그리고 회의 결과에 따라 학생 자치 활동을 진행한다.

박미화 교사는 "작년까지는 학생회 중심 체제였다. 올해부터 파동 다모임을 만들면서 다양한 의견을 모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소수가 결정하고 안내만 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이 회의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주인의식도 갖게 됐다"고 반겼다.

최근 파동 다모임에선 모금 활동을 진행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강원도 일대의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돕자는 것이었다. 의견이 모이자 학생들은 스스로 모금 방법과 시기까지 결정했다.

아침 방송을 두 차례 진행해 이재민의 어려운 상황을 전교생에게 알렸다. 직접 제작한 포스터를 들고 교문 앞과 교실 등에서 수차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재활용품을 활용해 모금함을 제작한 뒤 1~10일까지 모금 활동을 벌였다. 그렇게 모은 성금 88만2천480원은 20일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기부했다.

파동 다모임을 중심으로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나눔의 교육'이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6학년 남호현 군은 "파동 다모임이 스스로 강원도에 사는 친구들을 돕자는 회의를 열고, 함께 의논했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참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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