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냉전시대 美핵실험장 태평양 섬나라…방사능 유출 우려 '신음'

핵폐기물 보관 에네웨타크(Enewetak) 환초 돔 균열 시작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방사성 물질 유출위험" 경고

냉전 시기 수십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핵실험의 후폭풍이 태평양 섬 나라들을 방사능 유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22일 워싱턴포스트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남태평양 피지를 방문한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마셜제도에 있는 에네웨타크를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관'(棺)이라고 비유하며 방사능 유출을 경고했다.

냉전 시대 미군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67차례에 걸쳐 에네웨타크 환초와 비키니섬 등에서 핵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마셜제도는 미국 관할 아래에 있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를 초토화한 원자폭탄보다 1천배 이상의 폭발력을 지닌 수소폭탄 실험도 비키니섬에서 이뤄졌다.

수십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오염된 토지와 폐기물이 문제가 되자 미국 정부는 1977년부터 폐기물 처리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에네웨타크 환초 일부인 루닛 섬에 두께만 18인치(45.7㎝)에 달하는 돔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었다. 2억1천800만 달러 규모의 돔 프로젝트는 영구적으로 핵폐기물 처리 장소를 찾을 때까지 임시로 유지될 계획이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계획이 더는 진행되지 않았다.

1983년 마셜제도 공화국이 미국과 자유연합협정을 맺고 자치권을 가지면서 돔에 대한 관리권 역시 공화국에 넘겨졌다. 핵연료로 사용된 세계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인 플루토늄-239도 에네웨타크의 핵폐기물에 포함돼있다고 2017년 호주 공영방송인 ABC는 보도했다. 바다로부터 독성 물질을 차단하는 유일한 벽이 18인치 콘크리트인 셈이다.

문제는 수십 년이 지나면서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기에 돔 주변으로 바닷물이 침투하기라도 한다면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열대성 폭풍으로 인한 파손 가능성도 있다. 마셜제도 공화국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게 되더라도 지역 정부로서는 이를 해결할 만한 전문성이나 재정적인 여력이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