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에이즈에 걸렸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록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멤버들에게 이렇게 고백하며 침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 당시 에이즈는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일 것이다.
에이즈(AIDS)는 우리말로 '후천성 면역결핍증'이다.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되어 발생한다. HIV에 감염된 후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성 질환, 악성종양 등이 발생하면 에이즈 환자가 된다.
병의 원인도 몰랐던 1980년대에는 공포 그 자체였지만 1990년대 들어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면서HIV 감염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중 하나가 되었다. 최근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U=U 성명'을 통해 약을 먹으면 6개월 이내에 HIV가 '미검출' 수준(Undetectable)으로 떨어지고 타인을 감염시키지 않는다(Untransmissible)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도 프레디 머큐리 시절에서 거의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다. 문화평론가 수전 손택은 저서 '에이즈와 그 은유'에서 "에이즈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하하는 고통"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구교도소에 수감된 HIV 감염자의 호소를 담은 편지가 공개되었다. 교도소 측이 방에 '특이 환자'라는 표식을 하고, 운동 시간에 땅에 선을 그어 타 재소자와 분리한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헌법에 보장된 '프라이버시권' 침해다. 2016년 국가인권위 조사에 의하면 HIV 감염인의 가장 큰 고통은 '감염 사실의 노출'이었다. 타 수용자와 분리한 행태 역시 '무지의 소산'이다. HIV는 성 접촉,오염된 혈액에 노출, 감염된 여성의 출산 등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함께 운동하거나 음식을 나누어 먹는 등 일상생활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지난달 포항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던 미등록 이주 여성이 폐렴으로 사망했다. 혈액 검사에서HIV 보균자 판정을 받자 일부 언론은 혐오와 차별의 언어로 '에이즈 공포'를 부추겼다. 단속에 대한 두려움과 의료비 부담으로 병원에도 가지 못한 채 숙소에서 사경을 헤매다 '사회적 죽음'을 당한 미등록 이주 여성의 삶과 보장받지 못한 건강권에는 관심이 없었다.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설립된 '유엔 에이즈(UNAIDS)'는 HIV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편견'과 '차별'을 지목했다. 에이즈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는 HIV 검사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치료를 늦어지게 한다. HIV 감염인의 인권보장이야말로 에이즈 예방의 시작이다.
내년 1월 '퀸'이 첫 단독 내한공연을 한다. 프레디 머큐리의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없어 아쉽다. 영화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에이즈 고백'을 들은 멤버들은 오히려 그를 보듬어 안고 하나로 뭉친다. 그리고 자선공연 '라이브 에이드'에서 멋진 감동의 무대를 펼친다.
이제 우리도 HIV 감염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거두고 그들을 보듬어 안아야 할 때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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