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안전인지 감수성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지난달 15일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 의해 방화가 일어났다. 다행히 이번 사건에서 직원과 소방대원의 신속한 대처로 중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6년 전엔 우울증 환자로 인한 대구지하철 방화로 340명의 사상자가 났었다. 이번 사건으로 아직도 사회 곳곳에 구멍이 뚫린 것이 드러났으므로 이미 참사를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안전에 대한 심려(深慮), 즉 '안전인지 감수성'(safety awareness)을 높여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에 의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중앙 및 지방정부는 각종 인재(人災)에 대처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는 업주들, 그리고 시민 모두도 각자의 위치에서 안전인지 감수성을 높여 사람이 있는 모든 곳에서 안전을 생활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방화혐의자는 시내 주유소에서 20ℓ 휘발유 8통, 총 160ℓ를 별 제지 없이 구입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4ℓ 통에 담긴 소량의 휘발유로 인해 일어났다. 그때 사용된 양의 40배가 넘는 160ℓ를 대도시에서 신분 확인도 없이 사고파는 사회 시스템이 놀랍지 않은가? 인화성 및 유독성 물질의 생산‧유통‧판매에 보다 엄격한 규정을 정하고 감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구매 사유와 구매자 신분을 확인하고, 수상한 느낌이 들면 신고하고, 개인 용기에 판매할 수 있는 양을 제한해야 한다.

둘째, 호텔 별관 2층 로비에 8통 중 6통, 총 120ℓ의 휘발유를 혼자서 운반하고, 뿌리고, 불을 질렀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하루가 시작된 아침 아홉 시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에 24시간 보안요원을 배치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증언이 있다. 당국은 소방시설 구비 및 작동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호텔 측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넷째, 혐의자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환각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 여타의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며 마약류의 불법 거래와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당국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 사건 혐의자도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건도 최근에 발생한 조현병 환자들의 사건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제도를 혁신해 조현병과 같이 개인과 가족이 감당하기 힘든 병을 사회가 개입해 치료해줄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우리 모두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 병을 앓는 사람이 거리낌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고 주변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겠다.

마음이 만사(萬事)다. 선조들은 하루에 세 번씩 자신을 돌아보라고 했다. 인구 및 교류가 많아진 지금은 일일십성(一日十省)하며 마음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마음을 심중(心中)에 잘 잡아매고 돌봐 자신과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겠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