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한테 받기만 하고…", 다뉴브강 사고현장 추모 이어져

"무사히만 돌아와 줘요"…실종자 수색 성과 간절한 바람도 계속
헝가리 시민들 "너무 안타깝고 미안…마음 어떨지 상상도 할수 없어"
조화와 촛불, 편지들…머르기트 다리 위에는 검은색 깃발도 걸려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닷새째인 2일(현지시간) 사고가 발생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편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한국 어르신들께. 포기하지 말고 올라와 주세요. 우리가 고통을 통째로 삼키며 기다리겠습니다."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 놓인 한 하얀색 종이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유람선 참사 실종자 수색 성과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담긴 편지가 놓여 있었다. 손수 그린 태극기 그림도 함께였다. 크레파스로 칠한 태극 문양은 엉성했지만, 간절한 마음만은 가득했다.

유람선 참사가 벌어진 사고 현장에는 주말에도 구조 작업의 진전과 희생자를 애도하는 우리 교포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현장 주변에는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 수색의 진전을 기원하는 꽃과 촛불, 편지들도 계속 놓였다.

추모에 동참하는 시민이 많아지면서 조화와 촛불 등이 놓인 장소도 머르기트 다리 아래와 위를 넘어서 사고지점 인근 강둑을 따라 길게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닷새째인 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꺼진 양초들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던 존 크레카치(41) 씨는 2일(현지시간) "작은 선박 하나를 몰고 있는데, 사고현장은 다뉴브강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장소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라며 "한국에서 몇 년 전 배가 침몰해 학생들이 많이 숨졌다고 들었는데 더욱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리 위에서 조깅을 하던 시민들은 난간에 놓인 꽃을 보고는 그대로 멈춰서 한동안 멍하니 조화와 강물을 바라보기도 했다.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닷새째인 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시민들이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부다페스트시에서는 전날 오전부터 머르기트 다리 위 가로등에 추모의 의미로 검은 깃발을 내걸었다. 펄럭이는 깃발들은 강 아래로 시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실어나르는 듯했다.

사고 피해자의 한국인 지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도 있었다.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 놓인 흰 편지지에는 '언니한테 늘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 돌려줘서 미안해요', '얼른 따뜻한 우리 품속으로 와요. 무사히만 돌아와 주세요'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유람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와 그 인근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초와 꽃 그리고 편지들이 놓여 있다. 침몰 사고 닷새째인 2일 다리 인근에 놓여 있는 추모 편지의 모습들. 연합뉴스

이를 본 한 남성은 편지에 쓰인 말이 무슨 뜻인지 해석을 부탁했고, 설명을 듣자 고개를 저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피해자들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슬픈 이야기들이 너무 많을 것 같다. 감정적인 지지를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