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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何患無辭(하환무사): 어찌 구실이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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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기 진(晉)나라의 왕비 여희(驪姬)는 헌공(獻公)의 총애를 받았다. 헌공은 이미 신생(申生)을 황태자로 정해 두었으나, 여희는 자기 아들 해제(奚齊)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천방백계(千方百計)로 신생을 모함, 죽게 했다. 해제의 두 형인 중이(重耳)와 이오(夷吾)도 내쫓았다. 헌공은 죽기 전에 신임하는 대신 순식(荀息)을 불러 해제를 잘 보좌할 것을 부탁했다.

헌공이 죽자 진나라는 혼란에 빠졌다. 이극(里克)은 원래 신생을 보좌한 부장(副將)이었다. 그는 모함을 당해 죽은 신생의 복수를 노리고 있었다. 이극은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해제를 죽였다. 이어서 해제의 동생 탁자(卓子)도 즉위하자마자 이극에게 죽임을 당했다.

진(秦)나라로 망명 갔던 이오가 돌아와 왕이 되었다. 진혜공(晉惠公)이다. 그는 즉위 후 곧바로 이극에게 "자네는 두 임금을 죽였다. 자네를 죽이지 않으면 신하들이 나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자 이극은 쓴웃음을 지으며 "내가 두 임금을 죽이지 않았으면(不有廢也) 그대가 어찌 임금이 되었겠소(君何以興). 죄를 덮어씌우려 하면(欲加之罪), 말이 어찌 없겠는가(其無辭乎)"라고 하면서, 자결했다.

중요한 것은 여희가 신생을 모함하거나 이극이 두 임금을 죽인 것이 아니라, '욕가지죄, 기무사호'이다. 흠을 찾으려 하면 어찌 구실이 없겠는가라는 뜻이다. 이 둘을 합쳐 '하환무사'(何患無辭)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춘추'(春秋)의 해설서인 '좌전'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은 참 묘하다. 겉으로는 인정이나 바른 이치를 떠들지만, 궁극에 가면 자기 이익을 위한 구실을 찾는다. 진혜왕은 왕좌를 지키기 위해 자기를 왕으로 만든 이극을 죽일 구실을 찾았다.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국회를 내팽개치고 있는 정치인에게 어찌 구실이 없겠는가?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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