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구관모 천연식초'. 천연 식초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사람의 기술과 정성이 더해진 조미료다. 구관모(73) 회장은 그 어떤 인위적인 발효과정도 없이 오로지 천연재료에 태양과 바람, 시간의 도움으로 식초를 제조한다. 1990년 건강을 얻기 위해 시작한 식초 연구가 벌써 30년이 됐다. 그의 식초 인생을 들어봤다.
◆30년 식초 인생
구관모 식초 인생 스토리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회장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나 47년 경북 칠곡으로 월남해 그곳에서 잠시 있다가 대구 중구 대신동에서 살았다. 군 제대 후 70년대엔 전파상으로 큰 돈을 벌었으나 부도가 나 80년대 후반에는 택시를 운전했다. 불규칙한 습관으로 병을 얻었다. "당시 하루 500㎞씩 달렸다. 10년 남짓 택시를 몰면서 몸은 엉망이 됐다.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민간요법 총동원해 봐도 안 됐다"고 술회했다. 건강을 중요성을 깨달은 구 회장은 우연히 식초 대가인 안현필이 지음 '천하를 잃어도 건강만 있으면'이란 책을 접한 뒤 그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구 회장은 안현필를 만나 건강연수 과정까지 밟은 뒤 '천연식초를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받고 1990년 경남 합천 노태산 골짜기로 들어가 천연식초 만들기에 열중한다. "그때 하루 서너 시간만 자면서 식초 연구에 몰두했다. 동의보감 등 건강관련 책을 읽는 한편 식초 잘 만든다는 전국의 할머니들을 찾아다녔다. 지금 가지고 있는 수천 개 초두루미(식초를 빚는 전통 항아리)와 장독은 그때부터 사모은 것"이라고 했다.
밤낮 없이 전통식초 개발에 몰두한 끝에 4년 만인 1994년 마침내 천연식초 '흑초' 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당시 초두루미'를 이용해 인위적인 발효 없이 태양, 바람, 시간의 도움으로 천연식초를 만들었다"고 했다.
자신을 얻은 구 회장은 합천에 구관모식초회사를 차렸다. 만든 제품은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세를 확장해 수년 전 공기 좋고 물 좋은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으로 옮겨 아들 구익현(38) 대표와 함께 식초를 만들고 있다.
솔잎식초와 다슬기식초 등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천연식초 제조기능 보유자이기도 구 회장은 천연식초 관련 특허와 상표를 여러 건 가지고 있다. 수필가이기도 한 그는 또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옛날 식초 장수법' '초밀란으로 간암 다스리기' '활성산소를 다스리는 초밀란 건강법' 등의 책도 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처럼 식초만을 담는 항아리를 만들어 부뚜막에 두고 음료처럼 마셨던 민족은 없다. 식초의 효능을 알아본 조상들의 지혜에 고개가 숙여진다"면서 초두루미를 들어 보이며 연방 엄지를 치켜들었다.

◆ 자연 재료에 태양과 바람, 시간이 만든 천연식초 '흑초'
구관모천연식초에서 제조되는 식초는 3년 이상 발효 숙성의 과정을 거친 제품들이다. 오랜 기간 숙성이 잘돼 검은빛이 도는 천연 식초는 '흑초'라 부르며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막걸리에 종초(씨앗 식초)를 넣으면 천연식초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직 천연식초를 모르는 사람이다. 천연식초는 쌀과 물과 누룩으로 술을 만들고 그 술에 특정 재료를 넣어 황토로 만든 독에 저장해서 만든다. 처음에는 사람 손으로 만들지만 완성시키는 것은 태양, 바람, 땅 등 자연의 힘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장수 어르신을 보면 그 곁에는 꼭 식초 잘 만드는 할매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조한 흑초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기법 그대로, 살균하지 않은 효소가 살아있는 수제흑초로, 민족의 얼이 담긴 전통 옹기 숙성 제조법을 복원하고 계승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흑초란 자연발효가 잘 된 현미식초가 오랜 숙성기간을 거치면서 검은 빛을 띠는 것을 말한다. 보통 3년 이상 숙성되면 현미의 풍부한 아미노산이 당과 결합하면서 맑은 흑갈색을 띠게 되고 이를 흑초라 부른다. "천연 재료, 자연적인 발효과정, 재료의 구성 비율, 숨 잘 쉬는 식초 항아리 등을 천연식초 제조의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효모 등 다른 물질을 첨가해 조금이라도 빨리 빚어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그렇게 되면 변질하게 마련"이라며 "대량생산의 욕심과 조급한 마음으로는 결코 제대로 된 천연식초를 빚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다슬기를 이용한 천역식초, 송엽·오디·마늘 등을 함유한 천연식초 등 다양한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그가 최고로 꼽는 식초는 다슬기식초와 초밀란이다. "다슬기 식초는 간에 좋다. 해장국으로 다슬기국이 올라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식초의 초산균은 알코올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식초 또한 알코올 해독에 좋다. 초밀란은 초란을 만들고 꿀과 꽃가루를 넣어 식감 좋게 만들어 마시는 음료다. 초란은 식초에 유정란을 일주일 정도 담가 놓으면 껍질이 녹으며 완성된다. 몸에 부족한 칼슘을 보충하기에 그만"이라며 그의 식초 예찬론은 끝이 없다.
◆ "식초 보급에 힘쓸터"
구관모 천연식초 전시장에는 그가 수집한 초두루미와 일본 도자기가 가득 전시돼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모은 초두루미는 줄잡아 2천 개가 넘는다. 마당 한켠에는 식초 항아리들이 줄지어 있는데, 6월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익어가고 있다.
평생을 식초 만드는데 온힘을 쏱아온 구 회장은 천연식초 정통의 맥을 잇고 있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는 식초 교육에 좀더 힘써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구관모천연식초는 현재 구 회장이 제조를, 아들 구익현 대표가 홍보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아들은 대학에서 식품가공을 전공했으며, 농림부의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되는 등 식초에 대해 남만큼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남은 여생도 식초 연구는 물론 국민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저술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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