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부들 중에는 열매채소(가지, 토마토, 고추, 오이, 옥수수 등)가 어느 정도 자라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 잎을 대부분 따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잎이 열매로 가야 할 영양분을 빼앗아가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물의 잎을 다 따버리면 작물은 급격히 약해지거나 죽어버린다.

잎과 뿌리가 영양을 흡수해 저장한 것이 '열매'라고 보면 된다. 열매는 스스로 덩치를 키우지 못하므로 잎이 꼭 필요하다. 열매 하나를 키우는 데는 반드시 몇 장의 잎이 필요하다. 어떤 작물이든 열매 바로 아래위에 달린 한두 장의 잎은 따면 안 된다. 그러나 벌레가 갉아 먹어 부실한 잎, 노화되어 낡은 잎은 따주는 것이 좋다.
잎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그 영양분을 뿌리로 보내지만, 낡은 잎은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영양분을 소비하는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낡은 잎이 많이 달려 있으면 통풍이 나빠지고, 안쪽의 건강한 잎이 받아야 할 햇빛도 가리므로 빨리 따주도록 한다.

노쇠한 잎이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잎이 무성해 통풍을 방해할 정도라면, 잎을 적절하게 솎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병해를 예방해서 식물체와 열매를 더 튼튼하고 크게 키울 수 있다.
잎은 광합성을 할 뿐만 아니라 직접 비료 성분을 빨아들이기도 한다. 비료 성분이 부족해 성장이 더디거나 식물체가 매우 허약할 때 땅에 비료를 주기보다 비료를 물에 녹여 희석한 다음 잎에 직접 뿌리면 흡수가 빨라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이것을 '엽면시비(葉面施肥)'라고 한다. 식물의 상태에 따라 엽면시비를 해야 할 경우가 있지만, 효과가 빠르다고 해서 무작정 엽면시비를 하는 것은 식물의 다른 기관이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므로 식물체를 허약하게 만들 수 있다.
엽면시비는 응급조치라고 할 수 있다. 뿌리는 뿌리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잎은 잎대로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며, 각자 제 역할을 할 때 식물체는 건강해진다. 빠른 효과에 재미를 붙여 엽면시비에만 의존할 경우 포기는 결국 약해지고 만다.
김경호 군위체험학교 대표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