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뮤지컬페스티벌 폐막작 제목·음악 돌연 변경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러시아 버전 '테비예와 딸들'로
주최 측 "라이선스 분쟁 소지 있어 변경…예매 고객에 통보" 해명

지난 21일 개막한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폐막작이 제목은 물론이고 음악(넘버)까지 돌연 변경돼 논란이다.

25일 사단법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따르면 이번 축제의 폐막작으로 초청해 내달 5일부터 7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5차례 공연할 예정이던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테비예와 딸들'로 변경했다.

두 작품은 러시아 출신 유대인 작가 숄럼 알레이쳄(Sholom Alechiem)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은 같지만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반면 '테비예와 딸들'은 러시아 버전이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대표 음악 '선라이즈, 선셋' 등은 브로드웨이 버전에만 있다.

주최 측인 DIMF는 지난달 중순 서울과 대구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폐막작으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초청해 공연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러시아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1964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상 9개 부문을 수상하고 브로드웨이에서 4차례 리바이벌된 명작이라고 소개했다.

DIMF가 초청한 러시아 팀은 미국 버전으로 명성을 얻은 넘버를 포함한 다수의 곡을 관객들에게 들려줄 예정이었지만 브로드웨이 측이 돌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러시아 공연팀이 해당 뮤지컬 넘버 사용에 관한 권한을 확보했지만, 러시아 외의 국가에서 해당 넘버를 사용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DIMF 측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러시아 팀과 계약을 했다가 브로드웨이 측으로부터 직접 항의를 받은 뒤인 지난달 말에야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작품 제목만 바뀐 것이 아니라 뮤지컬의 기본 골격이 되는 넘버까지 바뀌게 된 것이다.

DIMF는 그러나 작품 제목을 슬그머니 바꾸고 티켓판매 사이트에 뒤늦게 공지문을 올린 것 외에는 뚜렷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은폐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DIMF 측은 지난달 13일부터 티켓판매를 시작했지만, 관련 공지글을 올린 것은 3주 후인 지난 3일부터였다.

공연이 열리는 수성아트피아에는 지난 7일에야 이런 사실을 알렸고 언론에는 통보조차 없었다.

그마저도 공연 홍보물 사진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글자만 바꿔 넣어 공연 관계자들마저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통상 폐막작은 뮤지컬페스티벌에서 개막작과 더불어 가장 볼만한 작품을 선별하기 때문에 주최 측도 각별히 공을 들이는데 기본적인 사항도 점검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DIMF 측은 "러시아 공연팀과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소유 회사 간 분쟁의 소지가 있어 러시아 넘버가 포함된 작품으로 공연 제목을 바꾸게 됐고 사전 예매 고객들에게 일일이 사정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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