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리스 산토리아섬 꿈꾸는 경북 포항 다무포고래생태마을

도시인들과 공존…하얀 마을 만들기 분주

경북 포항 다무포고래생태마을협의회 고두환 회장이 지난 1일 마을 어귀에서
경북 포항 다무포고래생태마을협의회 고두환 회장이 지난 1일 마을 어귀에서 '하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포항 한 작은 어촌마을이 그리스 산토리아섬의 아름다운 모습을 꿈꾸며 하얀색으로 물들고 있다.

90가구 남짓 모여 사는 어촌마을인 남구 호미곶면 강사리 다무포고래생태마을은 지난달 1일부터 주말이면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모여드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붓이나 페인트 롤러, 페인트 통을 든 이들이 담벼락과 건물 등을 쉴틈 없이 다니며 손이 닿는 모든 곳을 흰색으로 물들이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이다.

마을주민들이 봉사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손수 만든 음식에 담아 전달하는 분주한 장면도 이 마을에선 이제 일상이 됐다.

이런 정감과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 지금껏 다녀간 봉사자는 1천여 명을 넘었다. 이 덕에 이 마을에 수직으로 서 있는 건축물의 60%는 흰색으로 변했다. 가까이서 보면 아직 손댈 곳이 한참 많은 허름한 시골 어촌마을이지만 멀리서 보는 마을의 풍경은 예전과 달리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마을이 변화를 꿈꾸게 된 건 미술비평 빛과삶 연구소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산토리아섬처럼 마을을 가꾸면 도심과 어촌이 공존하는 좋은 모델이 되지 않겠냐는 제안은 마을 주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고무환 다무포고래생태마을협의회장은 "과거 정권에서 고래생태마을로 지정돼 마을을 멋지게 바꾸고 싶었지만 정권이 바껴 예산이 끊기고, 포항에 지진까지 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다"며 "이런 실망감이 컸던 차에 좋은 제안이 들어왔고, 포항시에서도 예산을 지원해줘 '다무포 하얀 마을 만들기' 사업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 마을은 사실 한국의 고래포경이 금지된 1986년까진 위로 호미곶면과 아래로 구룡포읍이 있어 사람들로 꽤나 북적였던 곳이었다.

고래생태마을로 지정됐던 것도 고래들이 과거 다무포 앞바다에서 회유해 흔하게 고래를 볼 수 있었던 이유였기도 했다. 그 때는 4~5월쯤 고래들이 떼를 지어 수면위로 숨 쉬러 올라오는 장관을 지겹도록 볼 수 있었다.

현재는 밍크고래 등 대형고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돌고래 수백 마리가 몰려다니는 장면은 건물 위나 뒷산 전망대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랬던 마을에서 젊은 층이 모두 떠나버리고 지금은 60~80대 노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해버렸다. 이곳에 있던 배도 수십 척에서 이젠 6척밖에 남지 않았다.

이 마을이 변화를 꿈꾸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을이 아름다워진다면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놀러오고, 외부로 나간 젊은 층이나 자녀들이 돌아와 마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다무포 하얀 마을 만들기' 사업은 종료기간이 없다. 포항시가 최근 주최한 '담벼락 페인팅 참여자 모집' 행사는 다음달 24일 끝난다고 해도, 건물을 관리하고 새로 지을 건물 형식 등을 '하얀 마을'의 분위기에 맞추도록 하는 일은 수십 년을 지속해야 하는 일이다.

고무환 회장은 "페인트 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과 페인트를 제공해준 업체, 사업이 가능토록 한 포항시 등에 너무 감사하다. 이 사업이 오래 지속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이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지원해준다면 전국 어촌마을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마을주민들도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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