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종 : 웰시코기 / 나이 : 3살 / 성별 : 암컷 / 취미: SNS 활동
'그저 보고만 있어도 좋다. 시선이 뺏겨 5분 남짓 한 시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즐겨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펫튜브(반려동물 '펫'과 유튜브를 합성한 단어)가 급증하고 있다. "영상 편집할 때도, 업로드할 때도 자꾸 보게 되니까 '탱자가 이때 이 생각을 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탱자tv' 를 운영하고 있는 견주 익진 씨는 유튜브를 통해 반려견과 교감을 나누며 생활의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좌충우돌 유튜브 입문기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견생 3년 차 탱자는 프로 방송인이 다 됐다. 첫 촬영 때부터 사용하던 전용 테이블을 펼치면 어느샌가 쪼르르 달려와 통통한 엉덩이를 들이민다. 자신의 몸집보다 두 세배는 큰 카메라앞에서 떨릴 법도 한데 좀처럼 주눅 들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그렇다고 탱자가 태생부터 '카메라 체질' 이었던 것은 아니다. 프로 모델처럼 완벽한 포즈를 잡는 탱자의 숨은 팁은 바로 간식. 카메라와 조명을 세팅한 뒤 탱자가 앉아야 할 곳에 간식을 놓으면 그곳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한다. 어릴 때부터 카메라 훈련을 한 덕분에 지금은 사진만 찍고 나면 익진 씨 무릎을 쿡쿡 찌르는 눈치 100단 탱자다.
프로 방송인 면모를 이렇게나 뽐내는 탱자에게도 남모를 속 사정이 있다.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욕심내는 톱배우 마냥 촬영이 시작되기 전 극도로 예민해지는 것. 그 등쌀에 함께 사는 고양이는 맥도 못 추린다. 카메라 근처에 오기만 해도 얼마나 무섭게 이빨을 드러내는지 여배우 저리 가라 한 예민함이다. 하지만 슛만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토끼처럼 큰 귀를 쫑긋 세우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산한다. "혹여 탱자가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촬영을 그만 둘 생각이다. 탱자는 내 인형이 아닌 가족이기 때문이다"



◆탱자 tv의 숨은 주역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인데" 이제는 시상식 단골 멘트가 된 모 배우의 수상소감처럼 탱자 tv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편집 장인' 익진 씨 부부다. 시청자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속도감 있는 편집, 멋 내지 않은 일상이 묻어난 구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익진 씨 부부는 화면 속 반짝이는 탱자를 만들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편집에 공을 들인다.
위트 넘치고 간결한 자막 또한 탱자 tv의 또 다른 볼거리. '애미야 배고프다' '킁킁 신선하군' '또 기다려야 되냐? 탱자지루..' 1인칭 탱자 시점으로 담아낸 자막은 탱자가 직접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영상 보는 재미를 더한다. 탱자가 말을 한다면 얘기를 참 많이 하겠다고 생각했다는 익진 씨는 탱자의 기분과 마음을 최대한 담아내는 유튜브를 제작하고 싶다고 한다.
탱자와의 추억도 쌓고 있지만 부부가 함께 채널을 꾸려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익진 씨 부부는 촬영과 편집, 스토리를 기획하면서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부부의 공통 관심사가 생겨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탱자 캐릭터를 디자인해 유기견들을 위한 기부 판매에 도전해보고 싶다"



◆백패킹·먹방 ASMR
영상 플랫폼에선 초보 유튜버에 불과하나, 사실 탱자는 태어나자마자 인스타그램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견플루언서다. 짧은 다리에 포동포동 엉덩이가 매력적인 탱자는 인스타그램에서 '인싸(Insider) 코기'로 애견용품 트렌드 및 제품 리뷰를 소개해왔다.
주말이면 백패킹을 떠나는 엄마, 아빠 덕에 탱자는 산이며 바다며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애견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사람이 드문 장소이면서 반려동물이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딜까?' 펫티켓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만큼 백패킹 영상은 단연 압도적으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숲속이나 바닷가에서 산책하고 밥을 먹고 뛰노는 탱자의 모습은 반려인에게는 마치 우리 강아지 행동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공감을, 비반려인에게는 신선한 자극으로 와닿는다.
쩝쩝대는 소리가 거슬리기는커녕, 눈을 못 떼게 만드는 먹방 ASMR(청각·시각을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주는 영상)도 탱자 tv의 주력 메뉴다. 익진 씨는 주로 건조 사료, 양배추처럼 씹을 때 소리가 선명한 음식을 골라 ASMR 영상을 올리고 있다. 탱자가 양배추를 먹는 모습이 담긴 영상 하단에는 '아삭아삭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먹방이 제일 좋다'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시식 도중 큰 소리로 대답해버리는 눈치 없는 탱자의 모습 또한 영상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펫튜브의 어두운 단면
바야흐로 펫스타 시대다. 요즘 웬만한 펫스타들은 온라인에서 아이돌 못잖은 인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인기의 빛에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최근 TV나 유튜브에 반려동물이 자주 등장하면서 영상 속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고 덜컥 입양하는 경우가 파다하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품종에 대한 자세한 사전 정보 없이 일단 분양으로 이어진 데에 문제점이 있다.
'짧은 다리에 식빵 같은 엉덩이' 웰시코기는 급작스러운 인기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개들이다. 잘 빠지는 털이나 생각보다 큰 몸집 때문에 버려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웰시코기는 나이가 들수록 털이 더 빠지고, 알고 보면 키만 작을 뿐 체중이 10~17kg이나 나갈 정도로 중형견에 속한다.
익진 씨는 반려견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이기 보다 탱자로 인해 달라진 가족생활, 또 강아지와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운 일들을 영상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웰시코기의 단점도 영상으로 제작하여, 잘 알고 입양할 수 있는 정보전달형 컨텐츠에 도전해 볼 생각인 것. "반려동물 입양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 아기 때 귀여운 모습에 반해 절대 쉽게 입양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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