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소크라테스의 변명/플라톤/황문수 옮김/문예출판사/2015

나를 아는 열쇠는 어디 있는가?

"위대하고 강력하며 현명한 아테네 시민인 그대, 나의 벗이여, 그대는 최대한의 돈과 명예와 명성을 쌓아 올리면서, 지혜와 진리와 영혼은 최대로 향상하는 것을 거의 돌보지 않고 그러한 일은 전혀 고려하지도 주의하지도 않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p.34)

생전에 단 한 권의 저서도 남기지 않은 소크라테스에 관한 유일한 책,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일어난 일을 쓴 플라톤은 기원전 427년경 그리스에서 태어난 철학자다. 소크라테스를 통해 맹목적인 삶이 아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삶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교육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아서 철학 중심의 종합대학인 아카데미아를 창설하고 뛰어난 수학자와 높은 교양을 갖춘 정치적 인재를 배출하였다.

플라톤의 저서가 거의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주인공이 소크라테스인 것을 보더라도 소크라테스의 사상이 그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일을 플라톤이 쓴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날마다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며 오류와 모순, 무지를 스스로 깨닫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그 일을 소피스트들과 보수주의자들이 소크라테스를 무신론자, 청년들을 타락시킨 자로 고발했고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는다는 내용이다.

1장은 '변명'의 서론으로 말하는 자는 진실을 말하고, 재판관은 정당하게 결정하도록 부탁하는 내용이다. 2장은 문제 제기로 최근에 나를 고발한 이들과 예로부터 나를 고발한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문제가 있으며 거기에 대해 변명을 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3장부터 28장까지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으로 소크라테스는 나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어 자신이 현명하지 못함을 입증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치가, 시인, 장인들을 찾아갔지만 그들 모두 현명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부족한 자신을 알고 있는 자신이, 부족함을 알기에 더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로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었고 고발당했다. 또 소크라테스는 유신론자이며 청년을 타락시키지 않았음을 변명하고 자신은 무보수로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고 깨우치기 위해 실천했다고 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선고 받는다.

이은영 작
이은영 작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29-33장은 에필로그로 소크라테스의 최후의 진술이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의 회피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의를 피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사형을 받아들인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각기 자기의 길을 갑시다. 나는 죽기 위해서,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어느 쪽이 중요한가 하는 것은 오직 신만이 알 뿐입니다." 라는 비장미가 가슴을 싸 흘러내리는 말을 남기며…….

소크라테스의 실천과 신념과 진정성에 고개가 숙여진다. 소크라테스가 거리에서 사람들을 붙들고 깨닫게 해주려고 했던 것은 정의와 용기가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한 뒤에야 비로소 참으로 정의로운 판단과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질문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모순된 것이며 사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런 소크라테스의 방법을 논박술, 산파술이라고도 한다.

나도 지식은 소유하고 있으면 되고, 인문학은 공부하여 자신을 성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기만 하는 것은 진정 아는 것이 아니었다. 아는 것을 행하고 느끼는 것을 공유하는 일, 그것이 진실로 아는 것으로 향하는 것. 이것이 인문학의 지향점이며, 우리를 지켜줄 진리가 되는 것이다. 나를 아는 열쇠는 지혜와 진리와 영혼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바치며 돌보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아! 그런데, 나는…….

이은영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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