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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읍 지명 논란…"일제 잔재" vs "단순한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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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보루로 세계전사에 기록…수차례 거론에도 신중론 득세

경북 칠곡군의 왜관(倭館) 지명을 두고 "일제 잔재다" "단순한 지명일 뿐"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칠곡군에 따르면 왜관읍은 1905년 일본이 경부선 철도를 설치하며 왜관역이란 명칭을 부여한 뒤 지명으로 굳어졌다.

조선 시대에 왜구들이 낙동강을 따라 부산과 칠곡 등에서 노략질을 일삼자 이들을 달래고 정상적인 통상을 하도록 조정이 일본인 숙소 5곳을 설치하도록 했다.

왜관 4곳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칠곡군 왜관만 모습을 유지하다가 왜관역, 왜관읍으로 지명화 된 것이다.

시민단체 칠곡군역사바로세우기는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왜관 지명을 바꿔야 한다며 왜관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칠곡군역사바로세우기는 "일본인들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왜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일제 잔재 지명을 지우고 왜관읍은 칠곡읍으로, 왜관역은 칠곡역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왜관은 왜인(倭人·일본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산 곳이라는 의미일 뿐 일제 잔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칠곡군민 김모(58)씨는 "왜관은 조선 시대에 일본인을 낮춰 사용한 일반명사가 고유지명으로 바뀐 것"이라며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등 명칭을 사용하듯이 왜관읍은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왜관읍 명칭은 1996년 전국적으로 일제 잔재 지명을 바꿀 때 변경되지 않았다.

경북 도내 조사대상 17곳 중 9곳은 옛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왜관읍 등 8곳은 일제 이전부터 사용해왔다는 이유로 그대로 뒀다.

당시 칠곡군정자문위원회는 일본 잔재로 볼 수도 있으나 왜관은 6·25 전쟁의 보루 지역으로 세계전사에 남은 곳이라서 지명을 함부로 바꿔선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왜관 지명을 바꾸자는 운동은 여러 차례 일어났지만, 낙동강전투 보루인 왜관읍이 세계사에 알려진 상황에서 지명을 변경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윤오 칠곡문화원장은 "왜색이 짙은 명칭이어서 듣기 싫어 개명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자제하자는 쪽으로 결론 났었다"며 "'왜'자가 바람직하지 않고 읍 명칭에 집 '관'자를 쓰는 곳이 없어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행정 비용과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칠곡군이 시 승격 등 계기가 있을 때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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