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특히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이돌 밴드'에 대해 보여주는 시선은 늘 곱지 않았다. 음악방송에서 연주 대신 핸드싱크(연주자가 녹음된 음악에 맞추어서 악기를 연주하는 척만 하는 것)나 하고, 그렇다 보니 정말 밴드로서의 연주 실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더욱이 록 음악으로서의 저항정신을 표현하는 음악을 한다기보다는 예쁘장한 아이들이 몇 달 뚝딱 배운 악기로 대기업에서 만든 기성품 같은 음악으로 승부를 보는, 한마디로 '가짜 록 밴드'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밴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첫 팀이 바로 FNC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싱한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다. 자신들이 작사, 작곡한 노래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만든 노래로 데뷔했기 때문에 '너네들은 아이돌이지 록 밴드가 아니다'라고 늘 폄하당해왔다. 이후 두 밴드는 음악적 역량을 계속 키워나가 음악을 만드는 것도, 연주도, 노래도 그럭저럭 해내는 밴드로 성장했다. 하긴 FT아일랜드의 이홍기나 씨엔블루의 정용화는 노래도 잘했고, 정용화는 연주도 '아이돌 밴드'에 기대하는 수준보다는 잘하는 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두 밴드가 앞으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FT아일랜드의 최종훈과 씨엔블루의 이종현이 올해 초 터진 '정준영 단톡방 사건'에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두 밴드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는 팀이 바로 같은 소속사의 후배밴드인 '엔플라잉'이다.
'엔플라잉'은 2015년 데뷔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했던 유회승이 합류하고 중흥을 노렸다. 이후 발표한 노래인 '진짜가 나타났다'나 '뜨거운 감자'는 뭔가 '특이하긴 한데 어딘가 부족한' 노래로 평가받았다. 거기다 베이시스트 권광진이 팬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팀을 떠났고 그 뒤에 발표한 노래가 바로 엔플라잉의 역주행을 부른 '옥탑방'이었다.
'옥탑방'은 엔플라잉이 기존에 보여줬던 로킹한 사운드보다는 어쿠스틱하고 따뜻한 멜로디로 돌아온 노래였다. 듣기에도 편안한 노래는 결국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후 '봄이 부시게'까지 발표하면서 선배 밴드인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와 다른 색깔을 잡는 데 성공했다.
엔플라잉이 지금의 음악적인 색깔을 보여주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 시행착오를 잘 인내한 덕에 엔플라잉의 노래들은 점점 주목받고 있다. 적당히 아이돌스러운 음악과 비주얼, 그리고 밴드로서의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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