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자 육상 중장거리 선수 '캐스터 세메냐'의 국제대회 여자부 경기 출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두 번의 올림픽 육상 800m 우승자인 세메냐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테스토스트론 수치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 대립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메냐가 18세의 나이로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대회 800m에서 우승한 후 IAAF는 그녀에 대한 '성판별 과정'을 진행했고, 2010년 7월 그녀는 즉시 모든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4월 IAAF는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트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은 국제대회 개막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받아 일정 수치(5nmol/L)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국제대회의 제한된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성 발달 차이'(DSD)에 대한 규정을 채택했다. 세메냐는 이 규정을 "그녀를 겨냥한 불평등한 규정"이라고 항의하면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지난 5월에 패소했다. 세메냐는 불복해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지난 6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IAAF 규정은 한시적으로 효력이 정지되고 세메냐는 제한 없이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했으나 56일 만인 7월 30일, 이전 결정을 번복하고 스위스 연방법원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여자부 400m와 1천500m 사이의 종목에 출전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세메냐 사례는 많은 논란과 관련 기관들의 반복적으로 서로 상반되는 결정을 불러왔다. 이는 근본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개인적 차이에 대한 인정과 공정한 경쟁에 관한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IAAF는 높은 테스토스트론 수치가 여자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AAF는 테스토스트론 수치가 경기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다양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예를 들면 2천127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약물을 복용(doping)하여 인위적으로 테스토스트론 수치를 높인 여자 선수들의 경기 성과가 몇 가지 종목에서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여성으로서의 인생을 살아온 세메냐에게 이 규정의 적용은 차별적이고, 개인의 인권 침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과학자와 의사들도 IAAF의 규정과 그 기반이 된 연구 방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우선 다른 변수들에 대한 통제 없이 단순히 테스토스트론 수치에만 초점을 맞추어 테스토스트론 수치가 경기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그리고 모든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은 농구에서의 큰 키와 수영에서의 긴 팔 등과 같이 어느 정도의 육체적 이점과 유전적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2018년 런던 마라톤대회 상위 10위 이내에 든 남녀 마라톤 선수들은 모두 아프리카 출신이었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는 어떤 유전적 특성도 찾아내 제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 규정의 또 다른 문제는 약물을 투여하여 인위적으로 선수의 테스토스트론 수치를 낮추게 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이며 선수의 건강에 미칠 위험은 없는지에 관한 것이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공정한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유전적 차이와 같은 다양한 기준에 의한 새로운 구분과 규정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이와 같은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구분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기준에 의해 인간을 구분하고 개인을 그 틀 속에 가두려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을 어떤 범주로 구분하기 전에 다양한 개인적 차이를 가진 같은 인간으로서 인식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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