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 사흘 뒤로 다가온 12일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이 광복절을 언급했다.
지난달 초부터 일본의 경제보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이 어떨지, 그 수위가 예년과 비교해 좀 더 강해질지에 관심이 쏠리는데, 3일 뒤의 광복절을 언급한 장문의 글이 혹여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읽을 광복절 연설문의 초안 격은 아닌지, 관심이 향하고 있다.
▶이날 오후 올라온 글의 제목은 '수석보좌관 회의'이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은 '수석보좌관 회의'와 '국무회의' 등의 단어를 넣은 제목의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회의 때 한 모두발언을 글로 옮긴 것이다.
그래서 글 제목만 봐서는 광복절에 대한 글인지 알 수 없지만 글의 첫 문구가 "사흘 후면 광복절입니다"이다.
이 글의 진짜 제목인 셈이다.
해당 글은 3개 문단으로 나뉘어져 있다.
※글 전문은 기사 맨 하단 참조
우선 첫번째 문단은 일본의 경제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한 대응은 감정적이기보다는 냉정하게 긴 호흡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 두번째 문단에서는 독립운동을 펼친 100년 전 선조들을 언급하고 있다. 선조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리면서, 이를 지금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는 국민들도 보여주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결연히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 우호관계는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대승적인 모습을 언급하고 있다.
마지막 세번째 문단에서는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경제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경제보복을 우리 경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은 그동안 임진왜란 관련 키워드(12척의 배, 이순신 장군)들도 언급하며 다소 강경한 어조를 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들과 비교하면 수위를 좀 낮춘 모습이다.
이 같은 수위의 언급이 사흘 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이어진다면, 이는 2017년과 2018년, 2차례 광복절 때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연설문에서 연결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2차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 속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은 하나의 흐름 위에 있다. 한일관계 발전 및 남북관계 개선을 연결지어 동북아시아 평화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2017년 취임 후 처음 맞은 광복절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한일관계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 얘기했는데, "양자관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임기 첫 해 광복절 연설이었던만큼, 대통령 임기 내 목표를 밝힌 것으로도 해석됐다.
이어 2018년 광복절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도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며 "그 협력은 결국 북일관계 정상화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광복절은 남북정상회담 일정 중간에 자리했고, 따라서 이때 연설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국민 보고의 형식을 취했는데, 이에 일본의 고민인 북일관계도 곁들여 언급하며 동북아시아 평화 정착 구성 요소의 하나로 지칭한 것이다. 이 부분은 사실상 일본 정부에 보낸 메시지였다.
▶그런데 광복절 연설문은 보통 때의 대통령의 발언, 글과는 다른 결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권의 비전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 역시 최근의 한일갈등 사안만 감안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리고 공식적인 경축사의 특성상 수위 높은 단어나 표현을 쓰는 게 무리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앞서 나온 2건의 광복절 연설문이 놓인 맥락과 올해 광복절,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 광복절 연설문이 놓일 '하나의 맥락'이 중요하게 고려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은 한일 정상 간 소통이 닫힌 상황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및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 역할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반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며 우리의 위기감이 치솟았지만, 이후 한국 국민들의 일본 제품·여행 등 불매운동이 거세진 데다 일본으로부터 수입하지 못할 것 같아 우려하던 반도체 관련 소재들의 해외 수급이 가능해지면서, 오히려 일본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싸움을 건' 일본 정부가 출구 전략을 어떻게 실행할 지 고심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사흘 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은 일본에 재차 던지는 경고 메시지이면서, 길게 가면 양국 모두 좋을 게 없는 이번 사태의 빠른 종결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전과 비교해 다소 수위가 낮아진,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자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이 바로 그 힌트라는 것.
▶물론 이는 이날 우리 정부가 일본을 우리의 화이트리스트 격인 '전략물자수출입고시'에서 제외한 조치와는 다른 어조를 취하고 있어 함께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고시상 화이트리스트인 '가' 항목을 '가의1'과 '가의2'로 나누면서,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들은 가의1에, 일본은 가의2에 새롭게 분류했다.
이 조치는 이날 오후 2시쯤 공식 발표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 회의 진행 및 모두발언 글 페이스북 게재가 비슷한 시각에 이뤄진 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서는 압박과 유화의 메시지를 함께 던지는 전술을 취했다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우리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당장이 아니라 9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9월 전까지 시한을 준다는 이 카드는 늦어도 8월 말까지는 한일갈등 완화 국면의 시작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로가 득이 될 게 없는 갈등 자체를 오래 끌 이유가 없기도 한 데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9월 중순 추석 때 업데이트 될 민심 또한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에 정부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곁들여진다.
다만 이번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또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합니다"라고도 밝힌 만큼, 한일갈등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둔 카드도 함께 준비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처럼 이후에도 압박책과 유화책은 함께 시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12일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수석보좌관 회의' 글 전문.
<수석보좌관 회의>
사흘 후면 광복절입니다. 올해는 3.1독립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의미가 더욱 뜻깊게 다가옵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 보복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 아니라 그 시작이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한층 결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또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100년 전 피 흘리며 독립을 외치는 순간에도 모든 인류는 평등하며 세계는 하나의 시민이라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창하고 실천하였습니다. 적대적 민족주의를 반대하고 인류애에 기초한 평등과 평화공존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우리의 정신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국민들께서 보여주신 성숙한 시민의식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대해 결연하게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의 우호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양국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민주인권의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와 평화로 우의를 다진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꼼꼼하게 살피면서도 우리 국민과 기업의 역량을 믿고 자신 있게 임하겠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고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경제 강국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며 사람을 중시하는 평화협력의 세계 공동체를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경제력뿐 아니라 인권이나 평화 같은 가치의 면에서도 모범이 되는 나라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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