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힘은 문화예술이다. 무더운 여름철인 지금 대구에는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시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또한 국제오페라축제와 연극, 인문학 특강도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간송미술관, 조선회화 명품전'과 '김환기전'을 기획해 여름 전시로는 전국 최대 규모의 관람객을 모았던 대구미술관에는 한국 화단의 전설인 박생광 화백의 회고전과 우리나라 팝아트의 아이콘들을 모은 '팝/콘' 전시회, 대구가 낳은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박종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 작품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최상으로 맞추어 놓은 이곳에서 최고의 작품들을 만나 느끼고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먼저 박생광(1906~1985) 회고전에서는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드로잉 작품 100여 점을 주제별, 시대별로 정리했다. 우리는 박생광을 무속의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전시회를 보고 놀랐던 것은 우리 한국화가 여백과 무채색의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총천연색을 썼다는 점에서다. 더군다나 작품 활동을 한 연대로 보면 20세기 모더니즘의 영향을 물씬 받았을 텐데도 우리나라의 독특한 미감과 형식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웠다. 전시 기획자로부터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미술협회에서 '한국회화특별전'을 그랑 팔레에 유치하려고 우리나라에 왔던 세계적인 미술비평가 아르노 도트리브는 박생광의 그림을 보자마자 놀라워하며 한국의 피카소라고 격찬하였다고 한다. 또한 세계적 거장 마르크 샤갈과의 2인전을 준비하다가 샤갈이 죽으면서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때 전시가 이루어졌더라면 박생광은 샤갈급으로 유명해졌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
'팝/콘'전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 14명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팝아트는1950년대 중반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발생해 1960년대 미국에서 크게 꽃피웠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전 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1967년 정강자 작가가 '키스미'를 선보이고, 김영자 작가가 '성냥Ⅲ'를 '청년작가연립회'에 출품하면서 싹트기 시작하여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꽃피웠다. 이번 전시회 중 필자는 유의정이라는 젊은 작가 작품에 눈이 갔다. 갖가지 도자기 형태에 상업 광고 브랜드 이미지를 전사해 놓았다. 고고한 도자기 세계에 상업 광고를 입혀 서로 모순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 작가는 서구 미술계에서도 인정받아 내후년에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라는 전시 기획자의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박종규 작가는 홍콩 바젤아트페어, 미국 아모리쇼 등 국제 전시회에 참여해 호평을 받은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이번에 '순항'이라는 작품 시리즈를 선보이는데, 거울을 이용한 우주를 연상시키는 대형 영상 룸은 압도적이다. 그의 대형 회화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질서와 혼돈으로 나누어 파악하는데, 미술이라는 영역에서는 혼돈마저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작가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여름날, 아이들과 온 가족이 함께 작품을 관람하고 교감하는 모습은 우리 대구가 문화도시임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양한 문화시설에서 우리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회와 공연 등을 다채롭게 기획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발 더 나아가 영국왕립미술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여름 전시'(Summer Exhibition)라는 연례전과 2년마다 개최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처럼 여름의 특수를 누리는 세계적인 전시회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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