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산업의 중심지 아리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국민이 일본 여행을 중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후쿠오카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 후쿠오카역에서 사세보행 철도를 타고 가는 아리타(有田). 한적한 시골도시다. 하지만 분위기가 남다르다.
낡은 일본식 기와 건물 내부에 진열된 상품들이 유독 반짝이듯 눈에 들어온다. 도자기. 아리타는 일본 도자기를 대표하는 도시로 손꼽힌다. 어떻게 이런 명성을 얻었을까? 아리타 도산신사(陶山神社)에 높이 솟은 비석의 비문을 읽어보자. 도조 이삼평비(陶祖李參平碑). 일본 도자기의 시조로 불리는 도자기 명인 이삼평이다.
◆아리타 도자기, 임진왜란 때 조선 도공이 기원
1592년 일본은 임진왜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초기 승전과 달리 고전 끝에 1598년 침략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면서 되돌아간다. 이때 많은 포로를 잡아가는데, 규슈 사가번(藩)의 번주 나베시마 나오시게가 충남 공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데려간 인물이 이삼평이다. 아리타에 정착한 이삼평은 나베시마 가문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도자기 가마를 연다. 조선의 앞선 도예 기술에 명나라의 선진 기법을 더하고 여기에 일본의 전통 회화를 접목시켜 아름다운 아리타 도자기를 탄생시킨다.
◆17세기 일본 최고 수출품은 아리타 도자기
1650년 나가사키 데지마섬을 근거로 일본과 교역하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145점의 아리타 도자기를 수입한다. 이 도자기들이 유럽인에게 큰 인기를 얻는다. 이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1659년 수입 규모를 대폭 늘린다. 5만6천700여 점의 도자기를 주문한다. 이때 도자기의 대명사 중국이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교체되는 전란기여서 일본 도자기가 수출 기회를 맞고, 아리타 도자기가 이를 충족시킨다.
이후 70여 년간 아리타 도자기는 유럽으로 무려 700만 점 이상 실려 나간다. 오늘날 유럽 각지 박물관에 일본 도자기가 남아 있는 이유다. 일본은 이렇게 선진기술을 습득한 뒤, 자유무역으로 성장한 나라다. 그렇다면 일본 도자기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준 임진왜란은 어떻게 발생한 것일까?
◆포르투갈 대항해와 일본과 교역
천혜의 무역항인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시가지를 남북으로 가르는 타구스강 북단에 우뚝 솟은 발견의 탑 앞으로 가보자. 15, 16세기 세계 대양을 누비던 포르투갈 범선링 카라크(일명 나오스)선을 본뜬 형태다. 15세기 포르투갈의 항해시대를 연 엔리케 왕자를 합쳐 33명의 선구자들을 새겼다.
지금은 포르투갈의 위상이 유럽대륙의 작은 나라로 쪼그라들었지만 15, 16세기 지구촌 문명 발전을 주도한 선도국가였음을 잘 보여준다. 1498년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항로 발견 뒤, 포르투갈은 1505년 알메이다를 첫 인도총독으로 파견해 총독부를 설치하고 아시아 무역시대를 연다.
이때 태풍에 떠밀려 다네가시마 가도쿠라곶 해안에 표류한 포르투갈 상인들이 전한 조총으로 일본은 임진왜란의 발판을 마련한다. 만약 포르투갈이 총이라는 첨단제품의 외국 판매를 규제했다면 일본은 조총 기술은커녕 조선에 침략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의 무역규제는 17세기 막부시대로 후퇴
일본은 1639년 돌연 100여 년 가까이 이어지던 포르투갈과 무역을 전면 중단한다. 이어 1641년부터 네덜란드 상인에게 독점 무역허가권을 준다. 일본은 이미 네덜란드와 교역을 튼 상태였다. 1626년 인조 때 제주도에 표류한 벨테브레, 27년 뒤 1653년 역시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은 일본으로 가던 네덜란드 상선의 상인이다.
일본은 포르투갈이 기독교를 포교하려 한다는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100여 년간 자유롭게 교역하던 포르투갈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끊은 거다. 대신 일본은 1854년 미국의 페리 제독에 강제 개항 당할 때까지 214년 동안 네덜란드와 교역한다. 네덜란드(화란, 和蘭)에서 선진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은 '난학'(蘭學)이라는 신학문도 발전시킨다.
이처럼 무역을 통해 성장한 일본이 경제 외적인 문제로 한국과 무역을 제한하며 경제전쟁을 일으키는 행태는 자신의 과거 부정이다. 또, 정치적인 이유로 포르투갈과의 무역을 중단시킨 17세기 도쿠가와 막부 시대로 회귀한 구태다. 일본이 상식을 회복해 정치적 이유를 버리고 호혜평등의 자유무역 정신으로 돌아와 동양평화에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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