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마트 등 대형마트서 포장용 '종이상자' 사라진다… "장바구니 활용해야"

2~3개월 홍보기간 거친 뒤 박스·테이프·노끈 모두 철거
"종이박스 재활용 가능하지만 플라스틱 테이프 문제"
"구입 물품 무겁고 많은데… 다른 방법 없었나" 소비자 불편↑

29일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 자율포장대의 모습. 김근우 기자
29일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 자율포장대의 모습. 김근우 기자

"한동안은 불편할 것 같아요. 장바구니에 담지 못할 만큼 구입할 때가 많아서요."

29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 짐이 잔뜩 담긴 카트를 끌고 계산을 마친 이용객들이 '자율포장대'라고 쓴 팻말 아래 모여들었다. 그리고 선반에 놓인 박스를 하나씩 손에 들고 테이프를 뜯어 조립하기 시작했다. 이내 완성된 박스 안에 생수통과 음료수, 라면, 식품 등 구입한 물건을 차곡차곡 담아 들고서 마트를 빠져나갔다.

조만간 대형마트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등 4개 대형마트에서 자율포장용 종이상자와 테이프, 노끈 등을 없애기로 했기 때문. 환경부는 29일 이들 대형마트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을 열고 앞으로 포장용 종이상자와 테이프 등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는 지금까지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물류 이동 과정에서 쓴 포장용 박스를 바로 폐기하지 않고 자율포장용으로 제공해왔다. 이 중 종이 박스 자체는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쓰인 접착 테이프가 폐기물로 버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이번 협약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제주도는 2016년부터 대형마트 4곳과 현지 중형마트 6곳 등과 협약을 맺어 자율포장대를 없앴는데, 이후 대부분 이용객들이 종량제 봉투나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등 폐기물 발생량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다.

협약에 따라 각 대형마트는 2~3개월간 홍보기간을 거친 뒤 전국 대부분 매장에서 비치된 박스를 없앨 예정이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장바구니 대여나 배달 서비스 등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불편할 것"이라는 반응이 더 많았다. 이날 마트를 찾은 A(72) 씨는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올 때가 잦은데, 장바구니나 종량제 봉투는 자전거 짐칸에서 흘러내는 탓에 불편하다"고 했다.

박스 두 개에 물건을 가득 담고 있던 B(47) 씨도 "사야 할 물건이 많은 5인 가정 입장에서는 아무리 큰 장바구니를 쓰더라도 박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접착 테이프나 노끈으로 박스를 조립하는 게 문제라면 포장 방법을 바꾸는 등 다른 방안은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적응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유통업체인 코스트코 홀세일의 경우에도 별도 포장용 박스나 비닐봉투를 주지 않지만, 이용객들은 적응했다"면서 "처음엔 다소 불만도 터져 나오겠지만, 불편을 완화할 대안을 찾아가면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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