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원격진료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오래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의사가 왕진 가방을 매고 가가호호 방문하여 환자와 대면하면서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고민도 상담하는 정겨운 장면을 볼 수 있다. 즉 의료는 기본적으로 의술(醫術)과 인술(仁術)을 포함한 전인치료이다. 대부분의 질병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후유증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선한 사마리아인' 정신으로 치유할 때 더 좋은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 의료는 최첨단 의료장비와 고도화된 전기통신 기기를 기반으로 환자의 삶의 질과 건강을 향상시키고 있다. 특히 요즈음의 대형 병원은 환자의 진단, 수술결정, 추후 치료 등에 있어 다학제 및 협진을 통해 병원 내 원격 개념의 진료를 하고 있다.

최근 의료계 여러 현안 중 하나는 전통적인 대면 진료와 반대개념인 원격진료의 충돌 즉, 원격진료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 논쟁이다.

원격진료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원거리의 의료정보와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즉 환자 및 정보가 먼 거리로 떨어져 있거나 시간적으로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도달할 수 없는 경우 의료정보 및 전문적 조언을 원격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의료행정, 의학교육, 자문과 의뢰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쓰인다.

원격진료의 응용범위를 살펴보면 가장 일반적이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재택진료, 원격화상회의, 원격 영상진단, 가상병원 등이 있다. 원격진료의 장점은 오지나 도서 지역과 같이 첨단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이나, 장기요양 환자, 또 교도소나 군대와 같은 특수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은 일정 부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넓은 영토에 비해 의료진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원격진료가 의료비용의 증가를 감소시키고, 멀리 떨어져 의료기관이 부족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시행 중인 원격진료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이나 만성질환에 대한 상담에서 만족도가 좋다고 하지만 아직 다양한 의료분야에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는 환자와 의사의 대면진료에 비하여 의학적인 결과나 의료비용적인 측면에서 월등하게 좋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우리나라도 20년 동안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했다. 하지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동네의원들이 몰락할 것을 우려한 의료계 반발을 넘지 못하고 그저 시범사업으로 끝났다. 그러다가 2019년 올해 강원도를 의료법상 원격의료 규제를 면제받는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이 아닌 의사끼리만 원격의료를 허용한다. 이 예외로 도서벽지 지역의 주민을 대상으로 고혈압·당뇨 재진 환자가 집에서 의사로부터 원격진찰을 받고, 간호사가 방문하면 원격진단과 처방도 가능한 제도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교통과 의료 인프라가 잘 돼 있어 원격진료의 확대 실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이 된다. 향후 원격진료의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된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토의와, 특히 원격진료를 시행하기 위한 목적과 허용범위 등에 대하여 충분한 의견조율이 필요하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