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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인색 기업, 공장 굴뚝엔 거액 들여 벽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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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리즈'로 유명한 벨기에 출신 그래피티 작가 아델 르노가 굴뚝에 그림

지난 6월 세아제강 포항공장 덕트에 그려진 아델 르노의 그래피티 작품. 세아홀딩스 제공
지난 6월 세아제강 포항공장 덕트에 그려진 아델 르노의 그래피티 작품. 세아홀딩스 제공

최근 세아제강 포항공장 굴뚝에 그려진 '새 깃털'을 모토로 한 유명 작가의 그림이 지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아그룹 측은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낡은 공장에 그래피티(벽화디자인)로 새 옷을 입히는 예술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사회공헌활동엔 인색한 업체가 시민들의 관심이 크지 않은 굴뚝에 큰 돈을 들인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공장 예술사업을 주도한 세아홀딩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세아제강 포항공장의 낡은 덕트를 새롭게 꾸며 지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스트 아델 르노(Adele Renault)를 초빙해 작품을 완성했다.

아델 르노는 '새 시리즈'로 유명한 벨기에 출신 여성 작가로, 멸종위기에 놓은 새 그림을 통해 환경 및 조류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힘쓰고 있다. 세아제강 포항공장 덕트는 멸종위기에 놓인 작은 파랑앵무새의 깃털을 형상화해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세아인들의 기상을 표현했다고 세아홀딩스 측은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은 세아제강 측의 자유로운 예술활동엔 공감하지만 나눔에 있어 여러 다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인색한 상황에서 이뤄진 활동이라는데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세아제강 포항공장(연매출 9천억원)이 본사가 아닌 공장 개념이기 때문에 포스코 본사인 포항제철소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현대제철 포항공장(연매출 2조원)과 비교해 봐도 사회공헌과 관련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포항시, 포항상의, 포항철강공단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경우 집수리,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대납, 명절 전통시장 장보기, 저소득층 명절 상품권 전달, 지역 장학금 전달, 불꽃축제 지원, 중고등학생 인문학 강의, 포항시 취약마을 벽화그리기(그래피티) 활동 등 내용과 비용(연간 9억원 가량) 측면에서 세아제강을 압도하고 있다.

반면 세아제강은 불우이웃 중식 봉사활동, 초등학교 도서지원 등 지역에서 쓰는 사회공헌활동 예산이 연간 3천만원가량에 그친다. 한 해 지역공헌활동 비용이 공장 굴뚝에 그린 작품 금액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한 지역민은 "철강산업 특성상 오염 등 지역에 피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정서를 환기시키기 위한 대외활동에도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아제강 포항공장 관계자는 "지역을 위해 오랫동안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래피티 작업에 대해서도 오해하지 않고 봐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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