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드큐레이터 노유진의 음식이야기] 가을이 남기고 갈 선물같은 은행

올해는 더위가 상당히 길게 이어져 여전히 여름인 것만 같았는데 어느새 9월도 다 지나갔다

가을의 날씨를 더욱 완연하게 즐길 수 있는 10월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날씨는 가을답지 않다.

비록 날씨는 여름을 보내지 못하고 있지만, 일교차는 점점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갑자기 훅~하고 치고 들어 올 찬바람에 대비하기 위해서 건강관리에는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제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우린 제철 음식을 통해 영양을 섭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계절의 기(氣)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제철 음식은 우리 몸에 자가 면역항체를 형성하게 하고 덕분에 우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서늘한 계절로 접어드는 요즘은 어떤 제철 음식을 먹으면 좋겠는가.

10월은 가을의 선물 같은 "은행"을 알고 먹으면 좋겠다. 노란 단풍잎이 장관인 은행은 가로수로 심어져 단풍나무로 더 많이 인식되어 있지만 여러 가지 이로운 점이 많은 나무이다. 그래서 한약재로는 '백과'라 하여 기침, 천식의 약재로 쓰여왔고 결핵 치료 약으로도 쓰인다. 영양성분은 대부분이 탄수화물이며 무기질로서는 칼륨이 풍부하고 비타민A와 비타민C도 풍부하다. 신경조직의 성분을 이루는 인지질과 에르고스테롤도 들어있어 성욕감퇴나 신경쇠약, 전신 피로 등을 개선해 주는 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은행 고유의 풍미를 만들어 내는 맹독성 물질인 청산도 함께 함유되어 있음으로 적당량을 섭취하여 우리 몸에 축적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청산은 가열에 의해 독성이 많이 줄어든다고 하니 1일 섭취량으로 어린이 3알, 어른 10알 미만 정도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이처럼 은행의 우수성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 은행잎에도 주목해볼 필요성이 있다.

그 이유는 은행잎에 함유된 징코플라본 글리코사이드라는 성분 때문인데 이것은 혈압강하, 혈액순환 개선 및 신경재생에 효과가 있어서 급격히 늘어나는 노년층에게 기능성 식품으로서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최근 서양에서는 은행 추출물이 기억력, 인지능력, 사회적응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 때문에 알츠하이머 같은 노인성 치매 치료의 기대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좋은 영양성분을 함유한 은행은 어떻게 조리하여 섭취하면 좋을까? 첫 번째로 밥에 넣어 먹는 방법인데 껍질을 깐 은행과 표고버섯을 불린 쌀과 함께 밥을 지으면 은행과 표고버섯의 향이 조화로운 은행 밥이 된다. 두 번째는 은행과 견과류를 함께 갈아서 은행 견과류 죽을 끓여 먹는 것이다. 이때 쌀은 불린 찹쌀을 이용하면 속을 따뜻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세 번째는 조림 반찬으로 이용하는 방법인데 껍질 벗긴 은행과 호두를 조림 간장과 함께 냄비에서 윤기 나도록 조린 후 마지막에 참기름을 끼얹으면 고소하고 달콤한 은행 호두조림이 된다. 마지막으로 떡을 해 먹는 방법이다. 이는 다소 번거로워도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으니 한번 해보길 권한다. 껍질 벗긴 은행은 믹서기에 갈아서 찹쌀가루와 반죽한다. 김이 오른 찜솥에 쪄내서 충분히 친 떡을 동그랗게 단자를 빚어 잣가루에 굴려내면 찻상에 품격을 올려 주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맛과 영양 면에서 우수한 은행 열매는 냄새가 지독하고 독성이 강하므로 여간해서 만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끝으로 은행 손질법을 알려드리고자한다. 우선 은행 열매를 껍질째 물에 불려 둔다. 불린 은행은 고무장갑을 끼고 조심스레 문질러 손질한다. 이때 옷이나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열매를 문지르고 씻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 은행 열매 알맹이만 남게 되는 데 이 은행 열매를 그늘에 바짝 말려서 딱딱한 껍질을 두들겨 까서 다양하게 이용하면 된다. 가을 단풍이 남기고 갈 선물 같은 은행을 올 10월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보길 바란다.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 youjini2006@naver.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