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월의 흔적] 연적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연적
연적

근원(近園) 김용준(金瑢俊)이 어느 날 골동품 가게에서 두꺼비 연적 하나를 샀다. '황갈색으로 검누른 유약을 내려 씌운 것인데, 연적으로서는 희한한 놈이다. 두꺼비로 치고 만든 모양이지만 완전한 두꺼비도 아니요, 또 개구리는 물론 아니다. 툭 튀어나온 눈깔과 떡 버티고 앉은 사지며 아무런 굴곡이 없는 몸뚱어리….'

두꺼비는 밤마다 그의 문갑 위에서 자는데, 가끔 자다 말고 두꺼비에게 말을 건다. "내가 왜 너를 사랑하는 줄 아느냐. 그 못 생긴 눈, 그 못 생긴 코, 그리고 그 못 생긴 입이며 다리며 몸뚱어리를 보고, 무슨 이유로 너를 사랑하는 줄 아느냐.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있다. 나는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종이․붓․먹․벼루를 일러 '글방의 네 벗'이라고 한다. 연적은 거기에 들지 못한다. 하지만 빠져서 외면 받는 존재가 아니라 숨어서 사랑받고 아낌 받는 존재이다. 문방사우에 쏟는 옛 선비들의 품은 만만찮았다. 그 가운데 벼루는 오래 쓰기 때문에 사람에 비유하자면 조강지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연적은 다르다.

선비들은 품질보다 형태를 더 따지고, 만들고 싶은 모양대로 다 만들어 쓰다가 싫증이 나면 다른 모양으로 바꾸어 썼다. 마치 애첩의 말로 같다. 그 가운데서도 멋을 아는 묵객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 무릎 연적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장식이나 몸단장 하나 없이 그저 옴팡지게 솟은 언덕 모양으로 생겼다.
그것이 왜 사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규중 새아씨의 부끄러운 무릎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벼루에 먹을 갈 때 쓸 물을 담아두는 그릇이 연적(硯滴)이다. 수적(水滴)․수주(水注)․수구(水礶)라고도 하는데, 주로 연상(硯床) 위에 놓고 실용적 목적으로 쓰인다. 물이 나오는 부위와 물과 공기가 들어가는 구멍을 두어 쉽게 물을 넣어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2개의 구멍을 내어 공기를 조절함으로써 떨어지는 물의 양을 조절한다.

삼국시대 이래 벼루와 함께 사용되었다. 고려시대에는 백자를 써서 연적을 만들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사대부들의 한묵정취(翰墨情趣)로 해서 더욱 발달되었다. 그 형태는 다양해서 갖가지 모양의 연적이 있다. 가락지형․반달형․거북이형․복숭아 연적․무릎 연적․상자나 통처럼 생긴 연적․주전자처럼 생긴 연적․원숭이 모양의 연적 등이 있다. 그 가운데 비교적 큰 것은 서재의 문갑이나 사방탁자 위에 얹어놓고 바라보는 완상용으로도 사랑받았다.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가 무릎 연적을 두고 읊은 시가 있다. '무릎 꿇은 네 모습 참 공손하고/ 눈썹과 눈 코 반듯하여라/ 종일 쳐다봐도 네 얼굴 싫지 않네.' 그윽하다. 그가 연적을 쓰다듬으며 뉘를 떠올렸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 문경시장 선거에서 신현국 무소속 후보와 김학홍 국민의힘 후보 간의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대구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형 뱀이 발견되어 소동이 일어난 가운데, 뱀은 화물칸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휘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의 최종 세부사항이 논의 중이며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