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하는 아들~!", "여보 빨리 돌아와~!"
지난달 23일 독도 헬기 추락사고 피해자 가족들과 취재진이 독도 인근 해상을 방문했다. 당시 독도행 헬기에는 무거운 기운만이 맴돌았다. 가족들을 잃은 슬픔이 헬기 내부를 가득 채운 탓이다. 귀청이 찢어질 듯한 헬리콥터 소음에다 귀마개까지 하고 있어 아무런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가족들의 통곡은 가슴으로 전해졌다. 헬기가 바람에 휘청댔지만 이들의 슬픔에 가려져 두려움조차 느낄 새가 없었다.
지난 10월 31일 밤 예고 없이 발생한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후 피해자 가족들은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여 있다. 한 달여 동안 피해자 가족들을 취재하다 보니 함께 눈물을 글썽이게 되기도 하지만, 보다 정확한 취재를 위해 애써 감정을 숨기는 일이 가장 힘겨웠다.
정부는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을 만들고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지만, 여전히 3명의 실종자는 찾지 못한 상태다. 특히 수색이 장기화하자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사고 발생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며 "좀 더 일찍 서둘렀다면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
정부는 사고 발생 당일 함선 2척만을 투입해 수색작업에 나서는 등 말 그대로 부실한 초동 대처를 보였다. 수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청해진함이 투입된 것은 지난달 2일부터였지만 잦은 고장에다 인양한 헬기 동체 이동 등으로 수색에 참여하지 못한 날도 여러 날이다. 사고 일주일째인 6일에서야 광양함이 추가 투입됐다. 수색 작업이 워낙 성과를 내지 못하자 피해자 가족들이 직접 수색에 대한 장비와 위치, 방향을 제시하는 등 조언자 역할까지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수색 당국의 수색 방식에 답답했던 피해자 가족들이 수색 장비 특성까지 공부해가며 수색을 요청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고(故) 박단비 대원의 아버지는 지난달 9일 이낙연 총리와의 만남에서 "광양함이 사고 7일 차에 투입된 점은 너무 아쉽다. 추가 투입할 함정이 없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라며 "헬기 동체는 바지선으로 이동했어야 하는데 청해진함으로 포항까지 이동한 후 다시 수색에 투입했다"면서 정부 대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더구나 가족을 잃은 고통 속에 신음하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수색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다 사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소통창구를 만들었다. 애타게 수색 성과만을 기다리는 피해자 가족들의 질문에 사고 후 6일 동안 "모르겠다, 다른 곳에 물어봐 달라"며 해군과 해경, 소방이 서로 대답을 피하고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던 것.
해상 사고의 경우 해양수산부 소속의 해경이 맡게 돼 있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사고 당사자들은 행정안전부 산하 소방청 소속인 데다, 수색에는 국방부 소속 해군이 투입돼 있다 보니 서로 미루면서 가족들에게 수색 상황 등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달 5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구 강서소방서에 마련된 피해자 가족지원실을 방문하고 나서야 황급하게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을 꾸리는 뒤늦은 대처를 보였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5년 8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대형 사고에 대처하는 방식은 여전히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듯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오는 8일로 수색 중단이라는 큰 결단을 내려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부디 하늘이 기적을 만들어 수색 종료 이전에 한 명의 실종자라도 더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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