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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원도심 강제이주 칼바람 맞은 쪽방촌 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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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노숙생활 하거나 더 나쁜 주거환경에 신음하기도

대구 원도심 주택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강제로 쫓겨난 쪽방 주민들에게 혹독한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사진은 과거 대구 중구의 한 쪽방촌.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자료사진 매일신문DB
대구 원도심 주택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강제로 쫓겨난 쪽방 주민들에게 혹독한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사진은 과거 대구 중구의 한 쪽방촌.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자료사진 매일신문DB

대구 원도심 주택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강제로 쫓겨난 쪽방 주민들에게 혹독한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갑작스런 이주통보에 최소한의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거리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신문이 대구 동구 신암동과 대구 중구 대구역 등 대구의 대표적인 쪽방촌에서 거주했던 이들을 추적한 결과, 대다수 노숙생활을 하는 등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월세 부담과 척박해진 생활환경에 신음하고 있었다.

지난 2일 동대구역 인근의 한 모텔에서 만난 A(60) 씨는 한기를 못 버텨 오전부터 술에 취해있었다. 그는 신암동에 살면서 최근 2년간 세 번이나 쪽방을 옮겨다녔다. 매번 정비사업으로 인한 강제 철거가 이유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살던 곳에서 내쫓긴 이후 겨우내 노숙생활을 하다 올봄에야 어렵사리 모텔방을 구했다. A씨는 "이 일대 모텔방을 다 뒤져서 마지막 남은 방을 겨우 찾았다. 30만원의 월세가 부담스럽지만 갈 곳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시비를 벌였던 한 동네주민이 그의 방에 들이닥쳐 유리병으로 폭행한 것. 방 벽에는 핏자국이 선연했고, 머리에도 꿰맨 자국이 보였다.

A씨는 "당장 주거급여 16만원 외에는 소득도 없는데, 최근 폭행을 당한 뒤로 두 팔 모두 사용이 불편해 일도 못 나가고 있다"며 "당장 월세를 감당할 일이 걱정"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중구의 한 작은 원룸에서 만난 B(68) 씨와 C(75) 씨는 최근 재개발로 쫓겨나면서 좁은 방에 같이 살고 있다. 25만원 상당의 월세를 혼자서 부담할 수 없어서다.

20년 이상 북성로 인근에서 살았다는 이들은 땅주인의 허락을 받고 쪽방 인근에 판자 가건물을 짓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곳에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결정이 나면서 무일푼으로 떠나야 했다.

B씨는 "이 근방에 살던 다른 사람들은 이주비 200만원씩 받고 떠났지만 우리는 10원 한 푼 받지 못했다"며 "보증금 200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친분이 있던 목욕탕 관리인한테서 돈을 빌려 겨우 거처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당뇨, 디스크, 관절염, 우울증 등 지병을 달고 살지만 약국조차 가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

C씨는 차라리 쪽방 시절 삶이 더 나았다고 했다. 그는 "쪽방에 살 때 같은 처지의 주민들과 부대끼고 쪽방상담소 직원들이나 봉사하는 대학생들도 자주 찾아와 위안을 얻었다"며 "재개발로 내몰린 당시 이웃 주민들이 지금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연락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거리로 내몰리는 주거빈곤층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공식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대구지역 재건축·재개발로 철거된 쪽방 건물은 모두 22채, 271개 방 규모로 이주민은 171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중 동구 신암동, 중구 북성로·태평로 일대, 서구 원대동 일대 등 모두 대규모 주택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개발로 쪽방 밀집 지역이 사라지다 보니 이들이 어디로 옮겨갔는지조차 파악이 어렵고, 도움을 연계해주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상담소 차원에서도 이들에 대한 사례관리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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