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황혼에 들어서도 멈추지 않는 가정폭력, 이제라도 벗어나고파

이복희(가명·71) 씨가 자식 이야기를 하면서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착하게만 살아온다고 살아왔던 복희 씨 인생에서 세 자식 마음을 외롭게 한 것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이주형 기자
이복희(가명·71) 씨가 자식 이야기를 하면서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착하게만 살아온다고 살아왔던 복희 씨 인생에서 세 자식 마음을 외롭게 한 것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이주형 기자

이복희(가명·71) 씨는 남편으로부터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해 5개월간 폭행피해 여성쉼터에서 지냈다. 최근 원룸을 구해 독립했지만, 그는 여전히 폭행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몹시 떨고 걸핏하면 넘어지길 반복한다.

그는 "지금이라도 폭력없는 삶을 살고싶다"고 하지만 문제는 홀로서기를 할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아들은 연락을 끊은지 오래에다 둘째 딸은 지난 7월 사고로 장애를 얻은 상황이라 막막하기만 하다.

◆ 황혼까지 이어진 가정폭력

복희 씨는 지난 1990년 지금의 남편과 재혼을 한 뒤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왔다. 그가 일하던 식당에 자주 밥을 먹으러 오던 남편과 서로 이혼했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부쩍 가까워졌다. 복희 씨는 "남편이 당시 바람을 핀 아내와 이혼을 결심했는데 두 딸이 걱정된다고 많이 울었다"며 "나도 남편이 바람이 나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는 입장에서 도저히 남의 일 같지가 않더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서로 아픔을 위로하다 살림을 합치기로 했지만, 알고보니 남편은 매사 무능력하고 무관심한 인물이었다. 복희 씨는 "남편은 온종일 술만 마시고 싸움질을 하기 바빴다" 며 "그의 두 딸 까지 갑자기 식구가 늘어난 상황에 생계를 책임지려고 정신없이 일만 했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이어진 남편의 괴롭힘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졌다. 그는 지난 4월 남편에게 맞아서 갈비뼈와 손목이 부러졌다. 남편은 구타를 일삼다 못해 흉기로 목숨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지난 5월 대구 성모당에서 기도를 하고 집에 온 날도 마찬가지였다. 독실한 신자로 기도에 의지해 버텼던 복희 씨는 그날 남편의 무자비한 구타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휴대전화마저 빼앗겨 새벽에 남편이 곯아떨어진 틈을 타 겨우 집을 빠져나와서는 지구대에 폭행 사실을 신고할 수 있었다. 지난 9월부터는 이혼소송 중이다. 그는 "30년 세월동안 참고 인내해왔지만 이제 더는 이렇게 살수 없다"고 했다.

◆ 반신불구된 막내딸

현재 복희씨의 월 소득은 노령연금 30여만 원이 전부다. 한 달 월세를 충당하기도 벅찬 금액이다. 복희 씨가 번 돈은 족족 남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현재 그의 수중에는 모아둔 돈이라곤 없다.

둘째 딸(41)도 지난 7월 이혼을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사고가 나 하반신 마비로 누워있다. 하루 아침에 장애인이 된 딸에게는 엄마 복희 씨가 유일한 안식처지만,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생활고에 허덕이는 막막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재혼 당시 중·고등학생이었던 복희씨의 세 자녀는 좀처럼 새 아빠를 인정하지 않았다. 끊이지 않는 갈등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맏아들이 집을 나간 것을 시작으로, 두 딸 모두 타지에서 일자리를 얻으면서 엄마와는 점점 멀어져 버렸다.

가정에서 겉돌기 시작하면서 줄곧 우울증을 앓았던 딸들은 순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맏딸은 결국 2004년 28세의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둘째딸 마저 하반신 마비 신세가 됐다. 아들은 여전히 소식 두절이다.

복희씨는 "남편은 한평생 날 이용하고도 폭행을 일삼았다"며 "남 좋은 일만 시킬 때 내 자식들은 나 때문에 저렇게 힘들게 살게됐다"며 가슴을 쳤다.

그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내게 '헤어지라'고 충고를 했는데 돌이켜보니 나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없다" 며 "이제와 이기적인 엄마처럼 보이겠지만, 남은 시간 작은딸을 돌보며 사죄하며 살고 싶다"고 오열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주)매일신문사(이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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