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황교안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사진 오른쪽)와 심재철 원내대표.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사진 오른쪽)와 심재철 원내대표. 자료사진 연합뉴스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읍참마속'을 외치며 당직 쇄신을 단행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심재철 국회의원이 새로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한 명은 당을 이끌고, 다른 한 명은 당내 의원들을 대표한다. 전통 있는 보수 정당의 명실상부한 두 명의 장수이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너무 다르다. 대여 투쟁, 그 가운데 '단식'을 예로 들자.

황 대표는 평생 두 번의 단식을 했다. 최근 마친 8일간의 단식이 하나이고, 고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 게 전부다. 황 대표는 고시 공부 장소를 지방의 한 기도원으로 잡았는데, 기도원 규율이 3일 금식 이후 정식 입소여서 할 수 없이 단식에 임했다. 금식 후 "머리가 너무 맑아졌다"는 게 추경호 국회의원의 전언이다.

황 대표는 최근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했다. 8일을 꽉 채우고 정신을 잃기까지 했다. 고시 합격 후 평생 공안검사와 고위 공직자로 살던 그에게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인 셈이다.

반면 심재철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386 운동권 세대이다. 광주 출신인 그의 정치적 뿌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돼 지금도 고문 후유증으로 시달린다고 한다.

단식을 밥 먹듯 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그래서 심 원내대표에게 단식 투쟁은 더 이상 강공으로 보여질 리 없다. 소속 의원을 이끌고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야 할 그의 투쟁 리더십 수위가 어디까지일지 벌써부터 대중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두 사람의 당 내 지지 세력도 극명하게 갈린다.

황 대표는 두 번의 당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초·재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천 혁신을 부르짖으며 중진 물갈이론에 앞장섰고 현역 의원 50% 공천 탈락이라는 수치까지 제시했다.

당장 중진들이 불안했다. 불안 심리를 활용해 심 원내대표가 등장했다. 그는 '공천 대학살론' 대신 "여러 의원님들의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겠다"며 의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중진들이 대거 몰렸고, 원내대표 1차 경선에서 39표에 불과하던 그의 득표 수가 2차 결선에선 52표로 늘어났다.

정치 경력 면에서도 심 원내대표는 5선으로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면 당 내 최다선이고 황 대표는 배지를 한 번도 달아 본 적이 없다.

황교안·심재철.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놓고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나온다.

한편에선 두 사람의 전혀 다른 경력과 정치 스타일을 놓고 상보 관계로 보는 이들이 있다. 각자의 장점을 부각하면서 부족한 점은 서로 채워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이다. 중앙당과 원내 운영에 견제가 생겨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찾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반대로 각기 다른 스타일과 당 내 지지 세력 탓에 사사건건 부딪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특히 공천 문제에서 양보할 수 없는 혈전을 치른다면 당은 복잡한 내홍으로 빠져들게 된다.

공천 문제는 중앙당 대표 권한이지만 심 원내대표는 이미 "공천에 개입해 황 대표에게 직언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월권 논란이나 항명으로 비칠 수도 있다. 황 대표 측의 강력 반발이 예상되지만 심 원내대표 입장에선 당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할 것이 뻔해 양측의 대립은 불가피해 보인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17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이다. 공천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이 상호 보완 공생 관계로 발전할지, 분당까지 가는 시발점으로 악화할지의 문제는 의외로 빠른 시일 내에 드러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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