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의 진원지를 찾아 병원을 다녔습니다.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진행되는 중일까? 삶은 몰라도 되는 일에 애써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도 합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매번 괴롭고 힘들어 합니다. 두통의 원인과 두통의 근원을 모른 채, 두통의 진행에 복무하며 혹은 대립하며 자신만의 퍼즐을 맞추어 나갑니다. 복무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아도 삶은 짓궂게 답 없는 질문을 자꾸 던지겠지만요.
답을 쉽게 찾을 수 없을 땐 눈을 감습니다. 잠을 청합니다. 두통이 꿈속에 흰 길을 내는 듯, 답을 찾을 수 없으니 잠이 올 리 만무합니다. 잠을 다독여줄 '다정한 것'은 잠자리 어디에도 없습니다. 불면의 불편을 관찰하며,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하며 잠을 침잠시키는 두통, 고통의 모험이 시작되면서 잠의 도착을, 잠의 귀가를, 잠의 푸른 신호를 기다립니다.
기다림이 길어지니까 쇠구슬이 왼쪽머리에서 굴러다니는 것 같습니다. 헬멧을 쓴 듯 머리전체가 압박(협박)에 시달립니다. 이 고통이 진짜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인가 싶다가도 누군가의 고통을 대신 갚아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찰나에도 회로 선택을 잘못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엉뚱한 맥을 짚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두통의 진원이 아니라 기원을 찾는 게 먼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체에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정신을 의심해 봐야 할 일입니다. 만병의 근원이 대체로 육체보다 정신이듯, 만병의 통치도 몸 치료보다는 마음 치료가 더 먼저이니까요. 감기처럼 흔하게 오고, 쉽게 찾아옵니다. 약을 먹어도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도 괴롭히지 않는데 자꾸만 괴롭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일이 좋은지 나쁜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다고 류시화 시인은 말합니다.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도 합니다. 실패와 고통 속에는 삶의 깨달음과 사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실패라고 하지만 그것은 불행이 아니라, 더 나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하듯 깨달음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침표를 찍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생은 폭풍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빗속에서 어떻게 춤을 추는가 하는 것'처럼 두통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가 아니라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할까요? 두통(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시킨처럼 어떤 것은 맞고 어떤 것이 틀리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잘 놀고, 보다 열심히 살며, 전에 없는 다정함을 발휘해야 할까요?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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