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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쟁 위험 커지는데 '한반도 운전자' 文대통령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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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속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북한과 미국의 초강경 대치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원론적이고 안이한 수준의 언급에 그친 것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했으나 북·미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지금의 모습은 운전자는커녕 차 밖으로 쫓겨난 구경꾼 신세다. 비건 대표를 만난 문 대통령의 달라진 언행이 이를 증명한다. 작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건 대표를 만난 문 대통령은 북·미 간 70년 적대 관계 및 불신 극복을 위한 통 큰 대화가 필요하다며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가능한 모든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또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대화가 선순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1년 3개월 전 한반도 운전자를 자신 있게 천명했던 문 대통령의 모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북·미 관계는 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던 시점보다 더 악화한 것을 넘어 "두 번째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경고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북한은 ICBM 발사장에서 중대시험을 계속 하고 있고, 미국은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며 북한을 향해 경고를 날리고 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우려마저 있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을 한반도 운전자에서 멀어지게 한 것은 잘못된 외교·안보 정책 탓이다. 북한이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무시하고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미국의 신뢰를 잃어 이용 가치가 떨어진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운전자 자리를 되찾으려면 흐트러진 한·미 공조부터 확실히 재건해야 한다. 굳건한 군사 대비 태세와 한·미 동맹을 북한 비핵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한 문 대통령의 잘못된 외교·안보 전략 대전환, 실패한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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