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배로(Barro) 교수의 충격, 소득주도 빈곤정책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 2년 하위 40% 계층 소득
변동 없거나 되레 줄어 불평등 심화

과도한 복지 지출'단기 일자리 정책
과거 기적 일군 성장 실적 다 까먹어

'소득주도 빈곤정책'(income-led poverty)!

며칠 전 로버트 배로(Robert Barro)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작금의 한국 경제정책을 그렇게 혹평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과거의 성공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서운 얘기다. 평소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국내 교수가 그런 얘기를 한다면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겠지만 배로 교수라면 다르다. 그의 말이 맞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보고 듣는 것이 모두 전에 볼 수 없던 어두운 불황의 그림자 같아서 그렇다. 어딜 가나 널려 있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빈 가게, 썰렁한 유흥가와 텅 빈 도심 번화가는 유령처럼 오싹하다.

경제통계는 거짓이 없다. 명목 경제성장률은 2017년 3분기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부터 계속 떨어졌다. 2017년 3분기 7.8%에서 2018년 3분기 2.3%, 그리고 2019년 3분기에는 0.4%로 추락했다. 가계소득은 같은 기간 동안 454만원에서 488만원으로 34만원(7.5%) 증가했다지만 세금 등을 빼고 계산한 가처분소득은 367만원에서 374만원으로 7만원 증가에 그쳤다. 그나마 최상위층 소득이 늘어서 그렇지 최저 20% 소득계층에서는 가처분소득이 112만원에서 103만원으로 오히려 9만원 줄었다. 차하위계층도 2년 동안 소득 변동 없이 같았다. 문 정부 들어 2년 동안 하위 40% 계층 국민의 소득은 줄거나 변동이 없다는 말이다. 소득주도 빈곤정책이라는 말은 이것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판이하게 달랐다. 최근 취업자 수가 4개월 연속 30만 명 이상 증가했고 고용률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했다. 또 청년고용률과 실업률도 크게 개선됐으며 상용직 취업자가 60만 명 가까이 늘고 고용보험 수혜자도 대폭 늘었으니 고용의 질도 크게 향상됐다고 했다. 또 3분기에는 최하위 20% 계층 소득 증가 폭이 확대되는 등 모든 분위에서 가계소득이 늘었고, 5분위 배율 개선으로 소득불평등이 심화하는 일반적 추세가 반전되는 등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했다.

11월 취업자 수 증가 39만 명은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 증가 41만 명을 빼면 감소다. 상용직이 59만 명 늘었다지만 주 35시간 미만 근로자 수가 64만 명 늘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20개월, 도소매업 취업자는 지난 24개월 중 23개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2개월째 감소했다. 심지어 정부가 주도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공공행정 부문에서도 8개월째 연속하여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 가계소득이 늘었다는 것도 직전 분기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지난 2년을 놓고 보면 감소하거나 별반 늘어난 것이 없다.

배로 교수는 이 모든 어려움의 근원이 포퓰리즘 정책(populist policies) 때문이라고 했다. 포퓰리즘이라고 해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특정 계층, 즉 노조가 결성되어 있고 직업 안정성이 높은 고소득 근로자 계층을 위한 포퓰리즘이었던 셈이다.

비슷한 경제 구조를 가진 아시아 여러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수출 부진은 크게 나쁘지 않다고 했다. 콕 찍어서 최저임금 급상승, 주 52시간 제한,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 그리고 과도한 복지 지출과 임시방편용 단기일자리 정책을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정책들이 투자를 크게 위축시키면서 일자리와 소득을 동시에 떨어뜨려 과거 기적과 같은 성장 실적을 다 까먹는다고 경고했다.

설비투자는 6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6분기 연속 설비투자 감소는 지난 1960년 이후 딱 세 번 있었다. 2차 석유파동과 박정희 대통령 시해가 있었던 1979년 4분기부터 6분기와 IMF 위기가 있었던 1997년 3분기 이후 6분기가 그것이다.

만약 금년 4분기마저 설비투자가 감소한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최장 기간의 설비투자 감소가 된다. 10월까지 산업활동 동향 통계로 보면 이번 4분기 설비투자도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투자가 무너지면 경제는 오랫동안 살아나기 매우 힘들다. 정부 정책도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전혀 없고 세계 경제도 더 밝아질 것 같지 않다. 소득주도 빈곤 터널의 끝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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