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북 안동시 정하동 강남초등학교 체육관에 큰 불이 났다. 다행히 연기를 흡입한 경상자만 있었을 뿐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화재가 진화될 때까지 현장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보다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이 아쉬웠다.
경북교육청의 화재 대피 매뉴얼은 '정해진 장소로 교사의 인솔로 대피한다' 정도다. '교사가 마지막에 나가면서 남은 아이들이 없는지 확인한다'는 등의 구체적 내용은 없다.
학교 화재시 교사가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마지막에 탈출하는 순서의 중요성은 지난 6월 서울 은명초교 화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교사 2명은 침착하게 마지막까지 남아 100여 명의 학생과 교사를 대피시킨 뒤 연기를 피해 화장실로 피신했다가 구조됐다. 덕분에 학교 전체가 불 타는 피해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다.

강남초에서는 4학년 여학생 한 명이 대피 과정에 교실에 혼자 남겨지는 일이 벌어졌다. 복도에는 검은 연기가 가득찼고, 계단엔 방화셔터가 내려간 상황이어서 공포감을 느낀 이 학생은 4층 건물 창밖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했다.
뒤늦게 다른 반 교사가 학생을 발견해 구조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 구조대원이 고가사다리차로 안전하게 구했지만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피 장소도 문제였다. 바람 탓에 연기가 운동장으로 몰리자 학생들은 운동장 주변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1시간여 동안 인원 파악조차 제대로 못했다.

강남초는 애초 하루였던 휴교 기간을 일주일 연장하고 교실에 남아있는 유독가스를 제거했다. 맞벌이 학부모를 위한 방과후돌봄 교실도 인근 학교 시설을 통해 지원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화재 취약시설을 점검하고 상세하고 효율적인 대피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 상황에 따른 추가 대피장소 지정이 필요하며, 교실과 복도에 설치된 소화기를 기존의 축압식 분말소화기뿐 아니라 저연령 학생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고 건강에도 무해한 친환경 스프레이형 소화기로 바꿀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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