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에 지명하고 당사자가 이를 수락했다. 입법부의 수장이 행정부의 수장 밑으로 들어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인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 큰 오점으로 우리 헌정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명도 문제지만 수락한 정 후보자의 처신은 더 큰 문제다.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허물고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 후보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상적인 삼권분립을 위해 대통령 권력이 분산돼야 한다'고 해왔다. '총리설'이 나왔을 때는 "국회의장 출신이 어떻게 총리직을 맡느냐"고 했다. 이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지명을 거절해야 했다. 하지만 지명되자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국회의장)은 따지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딴소리를 한다. 자리 욕심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정 후보자를 기용해 경제를 살리고 국민 통합을 이룬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도 난센스다. 정 후보자는 쌍용그룹에서 상무까지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 산업자원부장관을 역임했다. 이 정도 경력을 가진 인사는 널렸다. 정 후보자가 특별하다고 할 것도 없다. 설사 정 후보자가 이런 평범함을 뛰어넘는 '내공'을 지녔다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바로 경제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한 정 후보자가 '내공'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부총리가 있는데 총리가 경제 문제에 얼마나 힘을 쓸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지만, 국민경제를 파탄으로 모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틀 내에서는 정 후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한다.
'국민 통합'도 마찬가지다. 지금 나라는 해방 후의 좌우 대결 못지 않은 '심리적 내전' 상태에 있다.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문 대통령이 아닌가. 대통령이 '진영 논리'에 갇혀 있는데 어떻게 총리 한 사람이 국민 통합을 이룬다는 것인가. '경제 소생'도 '국민 통합'도 문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모두 '헛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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