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을 견인하는 혁신성과 역동성을 갖춘 지식창조 브레인 시티"
지난 2006년 10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전국 혁신도시 건설계획과 개발 기본구상을 발표하면서 대구 신서혁신도시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2019년, 신서혁신도시는 적어도 '역동성'과는 거리가 먼 도시가 됐다. 1단계 사업이 준공된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활기없고 텅 빈 외딴 섬처럼 대구 한 켠에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 혁신·역동 대신 '후회'만
6살을 맞은 신서혁신도시는 혁신성과 역동성이 아닌 '후회'의 도시가 돼가고 있다. 상가를 분양받은 건물주, 편리한 신도시를 상상하며 입주한 공공기관 임직원과 주민들, 활기찬 상권을 기대하며 들어온 상인들까지 지금은 모두 후회에 휩싸인 것이다.
혁신도시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전 공공기관들이 내부에 편의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고, 외부 접근도 여의치 못해 내·외부에서 모두 찾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며 "상업용지를 많이 만들어놓고 책임은 지지 않아 '나라에 사기를 당했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나가고 싶지만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성토했다.

신서혁신도시는 대구의 동북쪽 끝에 지어졌다. 경부고속도로가 구도심 안심지구와의 경계선 역할을 한다. 이런 입지조건이 자연스럽게 기존 대구 도심과의 단절을 낳았다. 대구시민 상당수는 아직 혁신도시에 와본 적이 없거나 존재조차 모른다.
외부 수요가 거의 없으니 공공기관 임직원들과 입주자들만으로 구성된 '외딴 섬'이 됐다. 턱없이 적은 유동인구 탓에 시내버스 배차간격도 20분이 넘고, 정주여건과 편의시설을 갖추기도 어렵다. 이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 "화가 나 대구서 소비 안해"
이같은 현실에 한 공공기관 직원 B씨는 "혁신도시를 방치하는 모습이 너무 싫어서 대구에서는 소비를 안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대구시가 혁신도시를 방치하는 모습에 화가 나 모든 물품을 인터넷에서 구입하고, 외식도 일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속 기관이 대구로 내려올 때 대부분 직원들이 '단신 부임'을 택했지만, B씨는 '제대로 정착해보자'는 생각에 가족과 함께 대구로 왔다. 그러나 그렇게 정착을 원해 내려온 사람일수록 가장 먼저 혁신도시를 떠나 수성구나 수도권으로 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B씨는 "이전 공공기관에는 왜 지역 기여가 부족한지, 지역 인재 채용이 부진한지 따지고 들면서 정작 대구에서는 혁신도시에 제대로 된 지원 하나 없다. 그러면서 새 신도시 개발에는 열을 올리는데, 무시하고 방치하는 수준이라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직원 C씨는 "서울에서 나고 살다 억지로 내려온 입장에서 교통과 편의시설, 교육여건 등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으니 거주할 이유도 없다"면서 "회사에서 기숙사와 식사를 제공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주말에는 서울로 간다. 사실상 사내에서 혁신도시 본사 발령은 '유배지'로 가는 것처럼 통용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중앙정부 차원 노력 절실
대구시는 나름대로 혁신도시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실제 거주민들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준은 아니다. 활성화 정책 사례로 전국 모든 혁신도시에서 진행하는 국책사업인 '복합혁신센터'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제2수목원' 건설을 꼽는 게 대표적 사례다. 공공기관들의 신서혁신도시 이전이 모두 완료된 건 4년 전인 2015년이다.
전만환 한국정보화진흥원 노조위원장은 "교육과 대중교통, 의료시설 문제가 크다. 일반계 고등학교가 없어 수성구나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있고, 대중교통과 주차장이 미비해 불법 주차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도 많다"면서 "지원계획 완성 시점이 대부분 2020년대여서 직원 입장에서는 너무 먼 이야기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복합혁신센터와 제2수목원 등 대규모 사업에는 국비지원이 필요하다. 도시철도 3호선 연장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참여정부 정책'이라는 이유로 혁신도시 활성화에 무심했던 보수정권과 달리 현 정부 들어서는 점차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혁신도시 시즌2' 사업을 발표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2022년까지 국비 4조3천억원을 혁신도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직원들에게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거나, 도로 등 소규모 인프라를 놓는 데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있지만 제도의 변화를 수반하는 정책은 중앙정부에서만 할 수 있다. 혁신도시는 전국에 10곳이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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