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논란으로 형사사건에 대한 정보공개가 엄격하게 통제되면서 경찰서 형사들의 '힘 빠진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열심히 고생해서 사건을 해결한 데 대해 언론 보도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보상'이 사라진데다, 범죄 예방 효과마저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발생한 주요 강력범죄를 해결하면서 수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대구 한 베테랑 형사 A씨는 "피의사실 공표죄 논란이 거세진 이후 최근 들어 사건 브리핑이 사라지다 보니 고생해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고 푸념했다.
다른 형사는 "요즘 형사들 사이에선 첩보수집이나 인지사건은 아예 접근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솔직히 말해 열심히 일해봤자 검사들만 주목받게 만드는 꼴인데 누가 신이나 일하려 하겠느냐"고 했다.
한 경찰서 간부 B씨도 "과거엔 언론이 크게 조명하면 지휘부도 관심을 갖고 특진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요즘은 내부적으로 표창만 할 뿐 외부로는 알려지지 않는다"면서 "보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긍정적인 작용들도 지금은 모두 차단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제정된 경찰 수사사건 공보규칙과 형법 피의사실 공표죄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모든 수사사건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피의사실 공표죄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보고 공개 브리핑 등을 통해 관행적으로 사건 내용을 알려왔다.
문제는 올 6월 검찰이 울산경찰청의 경찰관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수사하면서부터다. 이후 조국 사태까지 거치면서 피의사실 공표가 예민한 문제로 대두하면서 이후부터는 사건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현재도 재발·오보 방지 필요성이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지만 형사들은 기준이 너무 애매해 일단 몸을 사린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 고위 간부 C씨는 "본청 차원에서 공보규칙 위반으로 판단되면 징계 등 불이익을 준다는 경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본청에서 거듭 경고하니 대구경철청도 경찰서마다 형사들에게 '수사 중이라서 답변할 수 없다고 원론적으로 답해라'는 식으로 '경찰발(發)'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입단속 하는데 바쁘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형사들의 사기 저하를 체감하지만, 현재로선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경찰청 한 간부는 "현재 기준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피의자 인권보호와 시민의 알권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법률적 정비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입을 다무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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